'나만 아니면 돼'. 시민구단들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표현하는 한 마디다.
프로축구연맹이 2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이사회를 열어 내년 리그 운영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승강제와 스플릿 시스템이 논의된다. 가장 중점은 1부리그에 참여할 팀을 현행 16개 팀에서 얼마나 줄이느냐다. 현재 확정시 되는 안은 4개 팀이 줄어든 12개 팀으로 1부리그를 꾸리는 것.
그러나 강원 경남 광주 대구 대전 인천 6개 시도민 구단들은 "승강제가 기업 구단의 입맛에 맞춰 일방적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승강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사회를 앞두고 집단 반발을 보인 것. 6개 구단은 "2부리그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내놓지 않는 한 승강제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6개 시도민 구단들이 갑자기 이런 반발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승강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거의 반 년이 되었는 데 말이다.
크게 보면 이유는 하나다. 강등되는 팀이 많다는 것. 현재 6개 시도민 구단들은 군팀 상주 상무와 1개 팀 혹은 2개 팀이 강등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확실시 되는 안은 상주+3개 팀의 강등안. 자금 지원이 한정된 시도민 구단들로서는 기업 구단들을 이겨낼 수 없다며 강등되는 3팀이 모두 시도민 구단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강등이 아니다. 강등 후의 일이다. 과연 시와 도에서 그들에게 계속 지원할지, 지금의 후원 기업들이 계속 관계를 맺어갈지 미지수다. 특히 몇몇 구단들은 강등시 특정 기업들로부터 받는 후원이 50% 삭감되거나 계약 해지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승강제는 이미 결정된 일이다. 피할 수가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도 2013년부터 승강제를 하기로 약속했다. 더 이상 축구는 '우리들끼리의 축구'가 아니라 '세계와 함께 하는 축구'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강등되는 팀을 줄이자는 것은 순간을 모면하고자 하는 것이다. K리그에 오랫동안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시도민 구단들이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되서는 안 된다. 시장이나 도지사가 관전하러 올 때 공짜표를 남발하는 몇몇 구단이 있다. 그런 데 신경을 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전력을 강화할지, 유료 관중을 더 끌어 모을지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왔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도구가 되서는 안될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즉 평소에는 순위 상승보다 현상에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이던 구단들이 이제서야 반발하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뜻이다. 3팀이 강등될 것을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2팀이나 1팀으로 줄여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것. 그리고 본질적으로 팀 전력을 어떻게 강화해서 살아남겠다는 사고는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최근 A구단은 자금적인 면에서 여유가 없어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고 있다. 팀의 감독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팀만 맡겨 놓았을 뿐 투자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레이드 카드도 마땅치 않다. 이미 다른 팀에서 눈독을 들일 만한 선수는 판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강등팀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는 없다. 내실을 꾀하지 않는 팀은 강등되는 팀이 3팀이 되든 1팀이 되든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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