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박찬호, 최고의 묘수로 기억될 연봉해법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12.20 14: 01

최고의 묘수라 할만 하다.
바람은 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술술 풀릴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화와 박찬호(38)가 최선의 선택으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한화와 박찬호(38)가 20일 입단식과 계약을 체결, 공식적으로 한 배를 탔다. 박찬호가 1년간 프로야구 최저 연봉 2400만원을 받는 조건이다. 대신 한화는 박찬호의 뜻을 감안, 총 6억원 범위 내에서 야구발전 기금을 기부한다.

이번 한화와 박찬호의 계약은 여러 면에서 슬기롭다는 평가다.
우선 박찬호 입장에서는 한국 무대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제대로 입증됐다. 한양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찬호는 지난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후 빅리그에서만 17년 동안 통산 124승을 올리며 아시아 출신 투수로는 최다승 기록을 보유했다.
미국생활을 정리한 박찬호는 올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했다. 7경기에서 1승5패 4.29의 평균자책점. 메이저리그 출신으로는 다소 민망한 성적. 때문에 시즌 중 한국프로야구 복귀 선언, 특별법 통과 문제 등이 맞물리며 이슈의 중심에 서야했다. 무엇보다 연봉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지난 19일 한화와 만난 자리에서 구단에 연봉을 백지위임했고 최저연봉으로 취지를 살렸다. 최저연봉 2400만원까지 내놓았다. 특별법은 물론 그와 관련한 여러 시비거리를 일거에 해소한 모습이다.
이를 통해 박찬호로서는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한국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을 강하게 전달한 만큼 팬들이나 구단으로부터 받을 시선에서도 다소 의연할 수 있게 됐다.
박찬호는 이날 입단식에서 "18년 동안 미국에서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하면서 고국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언젠가는 한국에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그림을 그렸다"면서 "한국야구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구본능 KBO 총재님들과 구단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많은 팬들의 응원에 감사 드린다"면서 "어제 잠 한숨도 못 잤는데 에너지가 넘친다"고 밝혔다.
한화 구단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에이스 류현진의 연봉을 박찬호 계약의 기준선으로 밝혔던 한화였다. 그러나 김태균에게 제시한 연봉 15억원, 이승엽이 삼성과 체결한 총액 11억원 등이 박찬호의 상징성과 맞물렸다.
다른 구단들의 양해를 얻어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박찬호와의 연봉 협상이 가장 큰 난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찬호가 내놓은 연봉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해법도 함께 찾은 셈이 됐다.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는 한화 구단과 박찬호의 몫이다.
박찬호와의 계약 문제가 뜻밖으로 자연스럽게 풀리면서 한화 입장에서는 악재가 될 여지를 순식간에 잠재울 수 있었다. 한화와 박찬호는 야구계에 또 다른 좋은 선례로 길이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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