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불의 사나이' 박찬호(37, 한화 이글스)가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02년 메이저리그 시절 FA 계약을 통해 계약기간 5년 총액 7500만 달러(약 800억 원)에 대박 계약을 맺었던 그가 한국무대에 복귀하며 신인선수 최저 연봉인 2400만원에 흔쾌히 사인했다.
무엇보다 박찬호의 연봉은 계약에 앞서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지난해 박찬호는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 계약에서도 기본 120만 달러에 옵션 100만 달러, 총액 220만 달러(약 30억 원)에 사인했다.

그렇다면 박찬호의 연봉은 왜 2400만원인가.
이에 대해 박찬호는 "한국야구위위원회(KBO)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최저 연봉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몰랐던 일이었다. 그건 대신 직접 받아서 다른 의미 있는 일에 쓰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한화와의 첫 만남에서 연봉계약과 관련한 모든 것을 구단에 위임했다. 연봉 및 옵션 전액을 박찬호가 수령하지 않고, 구단이 유소년 및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구단은 박찬호의 뜻을 감안해 예정금액을 최대한 확대해 확정치(4억 원)와 옵션(2억 원)을 포함한 총액 6억 원 범위 내에서 기부하기로 했다.
박찬호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특별법이 통과된 13일 감사한 마음으로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사장님께서 '다른 구단 사장들께서 좋게 뜻을 모아주신 이유는 한국 야구에 어떤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와 박찬호가 같이 지역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야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주셨다. 이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어 "공을 던져서 팬들에게 유쾌함을 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외에 어떤 것들이 후배들에게 좋은 일이 되고 전례가 될 수 있나 생각했다. 제가 한국 들어와서 영광스러운 기회를 맞았는데 돈을 얼마 버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 어떤 역할을 하고 사회 환원을 할 수 있는지가 더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제 연봉에 대해 구단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제 연봉을 유소년 야구를 위해 한화와 같이 어떻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화의 가족으로서 가장 처음에 할 수 있는 일이 연봉을 위임해 기부를 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연봉을 백지 위임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박찬호은 최저연봉 2400만원과 야구발전 기금 6억원을 위임함으로써 그의 진정성을 확인시키고 특혜 논란을 잠재우는 최고의 선택을 했다. 한화 또한 지명권 우대라는 '특별법'을 통해 박찬호를 받아들이는 명분을 마련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가족이 된 한화와 박찬호의 최고의 묘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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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플라자호텔=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