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해결책을 완벽하게 찾은 모습은 아니다. 불안한 승강제를 당장 해야 하나?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승강제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연맹이 준비한 승강제 시행안을 의결하려 했지만 구단들이 이견을 보였다.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의 이해관계가 엇갈렸고 결국 승강제의 가장 기본적인 틀인 K리그 잔류팀 수조차도 정하지 못하고 이사회가 끝났다.
연맹은 일찌감치 승강제 준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TF팀은 스코틀랜드 등을 돌아다니면서 승강제를 위한 큰 틀을 잡았다. 그리고 2013년부터 16개 구단 중 12개 구단이 K리그에 남고, 4개 구단은 2부리그로 강등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이미 큰 틀은 각 구단에 알려졌고 이사회를 통해 확정 짓는 일만 남았었다.

하지만 6개 시도민구단(인천, 경남, 강원, 대구, 대전, 광주)이 지난 19일 "K리그 승강제가 대안도 없이, 그것도 기업구단의 입맛에 맞춰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심한 작태에 분노를 표하고, 공청회 등 소통의 창구없이 밀실에서 계속 추진할 경우 연맹의 어떠한 사안에도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연맹은 K리그 흥행을 위한 조건으로 '승강제'를 전가의 보도로 생각하고 있다. 목소리를 낸 6개 시-도민 구단이 왜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단순히 K리그의 무대만 넓히는 데 주력했고 승강제를 준비하는 시간도 부족했다. TF팀을 꾸렸고 유럽무대를 돌면서 공부를 했다고 하지만 굳이 나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예상됐던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시-도민 구단들의 반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무조건적인 승강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력 보강이 쉽지 않은 시-도민 구단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승강제는 무의미하다. 또 시-도민 구단이 아니더라도 기업 구단들이 만약 강등된다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크게 논의하고 있지 않다.
그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원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하니 승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대로는 쉽지 않다.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상황의 구단들은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또 승강제로 생겨날 폐단 혹은 문제들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슬쩍 넘어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태생한 K리그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스플릿 시스템도 한시적이다. 완벽한 해결책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시행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은 많다. 이런 식의 승강제는 오히려 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근본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AFC에서 원하는 시기에 맞추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를 포기하더라도 확실한 준비를 해야 한다. 안 나가면 그만이다. 그럴 각오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승강제를 한다면 문제는 더욱 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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