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진출을 노리는 일본프로야구 '괴물투수' 다르빗슈 유(25)가 월드시리즈 준우승팀인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5170만 달러(약 594억 원)의 금액에 우선 협상을 시작한다.
20일(이하 한국시간) 'USA투데이'는 "텍사스가 다르빗슈 포스팅에서 우선협상 권리를 가졌다"라고 보도했다. 포스팅 금액 5170만 달러는 지난 2006년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보스턴으로부터 기록한 5111만 1111달러 11센트를 넘은 메이저리그 역대 포스팅 최고액이다.
포스팅 마감 직후 미국과 일본 언론에서는 텍사스가 아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낙찰을 예상하기도 했다. 토론토는 흔히 말하는 스몰 마켓으로 다르빗슈를 영입할 비용도, 그리고 시장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가능성이 낮았다.

지난 18일 OSEN과 전화통화를 한 메이저리그 관계자 역시 "다르빗슈 입찰 승자가 토론토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주변의 이야기는 텍사스가 우선 협상권을 갖게 될 것이다. 5000만 달러 이상을 썼다는 말이 있다"고까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이 말은 한 명이 아닌 3명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뒤 다르빗슈 입찰의 승자는 텍사스로 최종 결정됐다.
사실 우리에게 알려진 텍사스라는 구단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구단이 매각될 정도로 팀 사정이 좋지 않아 보이는 듯 했다. 보통 구단이 매각된다는 것은 재정상태가 나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많이 달랐다. 텍사스는 현재 '큰손'으로 볼리는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LA 애인절스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재정 능력을 갖고 있었다. 텍사스가 다르빗슈와 협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 무려 600억원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꺼이 썼다. 가장 쉬운 예로 한국프로야구단 2,3개 팀의 1년 운영 비용이 다르빗슈와 협상 비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텍사스는 왜 다르빗슈에게 엄청난 거액을 배팅한 것일까.
▲텍사스, 다르빗슈 실력에 눈이 멀다
보통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는 말이 있다. 텍사스가 다르빗슈에 거액을 배팅한 것도 사랑에 빠졌기에 가능했다.
약관 25세인 다르빗슈는 일본프로야구에서 7년간 167경기에 등판해 93승38패1홀드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했다. 1268⅓이닝 동안 탈삼진은 무려 1259개나 잡아냈다.
본격적으로 성적을 내기 시작한 지난 2007년부터 성적을 보자. 다르빗슈는 2007년 207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이 1.82에 불과했고, 2008년 200⅔이닝 평균자책점 1.88, 2009년 18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이 1.73, 2010년 20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이 1.78, 그리고 올 시즌은 무려 23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이 1.44에 불과했다. 2007년 이후 9이닝당 평균 삼진수가 무려 10.4개다. 이 때문에 다르빗슈는 스토브리그에서 메이저리그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FA 랭킹 'TOP3'에 포함됐다.
텍사스가 이 큰 돈을 쓰기까지는 단순한 모험이 아니었다. '돌 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말처럼 텍사스는 수없이 다르빗슈의 투구를 관찰했다.
텍사스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대부로 불리는 최고의 스카우트가 있다. 시애틀 시절 추신수를 스카우트한 짐 콜번이다. 콜번은 현재 텍사스 스카우트를 맡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를 방문했다. 특히 그는 수 차례 일본을 찾아가 다르빗슈의 투구를 직접 관전했다. 그의 손에는 스피드건 뿐만 아니라 팬을 들고 꼼꼼히 스카우팅 노트북에 정리했다.
텍사스는 콜번 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 스카우트와 한국 스카우트까지 두고 있어 수시로 복수 확인을 했다. 존 대니얼스 단장도 다르빗슈를 보기 위해 몇 차례 일본을 찾았다. 시즌 중에 단장이 직접 일본까지 날아와 선수를 확인했다는 것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스카우팅 리포트 최우선 순위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일본야구 관계자는 "스카우트 팀장격인 A.J 프렐러도 수차례 일본을 찾아 다르빗슈를 지켜봤다"라고 말해 텍사스의 다르빗슈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에이스 C.J 윌슨을 잃은 슬픔
텍사스는 지난 9일 에이스 C.J 윌슨(31)을 잃었다. FA 자격을 획득한 윌슨이 텍사스를 떠나 지구 라이벌인 LA 애인절스와 계약기간 5년 총액 7750만 달러(약 876억 원)를 받고 팀을 떠났다. 텍사스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지난 2005년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윌슨은 2009년까지만해도 평범한 투수였다. 구원투수로 나서 5년 동안 12승20패에 불과했다.
그러나 순간의 선택이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2010시즌부터 선발로 전환한 윌슨은 지난 2년 동안 31승1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단숨에 A급 투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올 시즌 텍사스에도 34차례 선발 등판해 무려 223⅓이닝을 던져 16승7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다. 강타자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은 그의 능력을 알 수 있다.
텍사스 역시 윌슨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장에 에이스를 잃게 된 텍사스는 내년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 특급 선발 투수가 필요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다르빗슈였다.
▲5170만 달러쯤이야…
텍사스는 다르빗슈와 대화만 하는데 6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협상 후 최종 계약이 이뤄질 경우 지불하면 된다. 문제는 포스팅 금액 뿐만 아니라 계약을 위해서는 현재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텍사스는 중계권료 계약을 새로 맺으면서 큰 돈을 벌게 됐다. 당초 텍사스는 뉴욕 양키스와 같은 자체 방송국을 만들까도 고민했으나 지난 2010년 폭스스포츠와 계약기간 16년 총액 16억 달러에 계약을 하면서 안정적인 자본력을 확보하게 됐다.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도 2011년 텍사스 구단 가치로 5억 6100만 달러로 평가했다.

▲2년 연속 WS 준우승 한 기어코 푼다
지난 1972년에 창단한 텍사스는 1990년대(1996,1998,1999년) 지구 우승을 3차례나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침체에 늪에 빠진 텍사스는 지난 2010시즌과 2011시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에 이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올랐다. 2년 연속 준우승은 텍사스로 하여금 첫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지난 2010년에는 에이스 클리프 리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운드에 밀리며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내줬다. 올해 월드시리즈는 더 아쉬웠다. 텍사스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3승2패로 앞선 6차전에서 승리를 눈 앞에 뒀으나 역전을 허용하며 7차전 끝에 패하며 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2년 연속 준우승 속에서도 희망은 봤다. 텍사스는 투타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론 워싱턴 감독의 지도력까지 빛을 발하며 다르빗슈를 영입할 경우 내년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팀 내 간판 타자인 조시 해밀턴이 내년 시즌 후 FA가 된 만큼 텍사스는 내후년 그의 행보를 장담하기 어렵다.
▲일본시장 마케팅 개척도 한 이유
텍사스가 다르빗슈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고 한 또 다른 이유는 일본시장 개척 때문일 것이라는 말도 있다.
다르빗슈는 현재 일본 최고의 인기 선수다. 그를 영입한다는 것은 TV 중계권료 인상은 물론이고, 경기장 내 광고 수입, 입장권 또는 상품 판매 수익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실제로 20일 OSEN과 전화통화를 한 일본야구 관계자는 "텍사스가 엄청난 비용을 쓴 것은 일본 내에서 충분히 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텍사스가 다르빗슈와 계약을 성립시킬 경우 내년 시즌만 해도 중계권, 광고 등을 통해 최소 3000만 달러 이상은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텍사스에는 그 외에도 일본과 관련된 선수들이 있다. 지난 우완 선발 콜비 루이스는 지난해 텍사스로 복귀하기 전까지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에서 2008, 2009시즌 2년 연속 탈삼진왕을 차지했다. 덕분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그는 2010년 12승에 이어 올해는 14승을 거뒀다. 루이스 역시 일본 팬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선수다.
여기에 올 시즌 우에하라 고지와 다테야마 요시노리도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에서 꽤 알려진 선수들이 텍사스에 머물거나 거쳐간 만큼 텍사스는 일본 시장에서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이윤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텍사스가 다르빗슈와 협상을 하기 위해 5170만 달러라는 비용을 쓴 데는 다양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연 텍사스가 다르빗슈와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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