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번’ 거성들의 연봉 백지위임 의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2.21 10: 32

비슷한 시기 두 베테랑 투수가 연봉을 백지위임하며 새로운 곳에서 야구 인생을 써내려간다. ‘원조 코리안 특급’ 박찬호(38. 한화 이글스)가 고향 연고팀 한화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그와 함께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손민한(36)은 신생팀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부활을 꿈꾼다.
박찬호는 지난 20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입단 계약을 맺었다. 공주고 졸업반이던 1991년 말 한화 전신인 빙그레 입단 대신 한양대 입학을 택한 뒤 1994년 LA 다저스로 향해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올리며 국민들의 희망이 되었던 박찬호는 이제 팬들 앞에 직접 투구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례적인 것은 바로 박찬호의 몸값. 계약 협상 이전 한화 측에 다음 시즌 연봉을 백지위임했던 박찬호의 2012시즌 연봉은 프로야구 선수 기본 급여액인 2400만원, 야구 발전 기금 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몸값은 6억2400만원이지만 선수 본인이 “2400만원 연봉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라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2012시즌은 박찬호에게 ‘봉사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는 야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 엄청난 족적을 올린 말 그대로 ‘초거성’이다. 어마어마한 이름값을 지닌 박찬호였던 만큼 한화에서도 그에 대한 예우에 고민이 많았으나 야구로 이름을 널리 떨친 박찬호는 자신에게 명예와 부를 안겨준 야구에 대해 대단한 결정을 한 셈이다. “언제나 사랑을 쏟아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잊지 않던 박찬호는 ‘기부 야구’로 실천에 나섰다.
박찬호의 백지위임이 ‘베품’의 의미라면 손민한은 ‘살기 위해서’ 부활을 노리고 있다. 1997년 롯데 입단 이래 통산 103승 72패 12세이브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임흑기 에이스로 활약했던 손민한은 어깨 수술 및 재활로 인해 2009시즌 중반 이후 등판 기록이 없었다. 지도자 수업을 제의했던 롯데의 선택 대신 자유계약 방출을 택한 손민한은 NC에서 재기를 노릴 예정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손민한에 대해 “경험이 있는 선수인 만큼 아프지 않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야구 선배로서 손민한의 재기를 돕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메디컬테스트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손민한은 NC 유니폼을 입고 2013시즌 1군 무대 등정을 바라보게 된다.
그에 앞서 손민한은 NC 측에 연봉을 백지위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올 시즌까지 롯데로부터 6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손민한이지만 이제는 자유계약 방출 선수 신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1군 기록이 없었고 다음 시즌 1년 간 2군에서만 뛰어야 하는 팀의 입장과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여부를 생각하면 대폭 삭감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손민한은 ‘선수 손민한’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 위해 와신상담도 불사할 뜻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두 투수 모두 61번을 달고 맹활약했다. 한국 야구 사상 최고의 아이콘으로 활약했던 박찬호의 연봉 백지위임이 ‘야구계를 향한 보은’이라면 손민한의 백지위임 결정은 ‘부활을 향한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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