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생활 10년 동안 감독님과 말 한 번 못 해본 선수도 있었다더라".
한국 프로야구 타격의 전설 이종범(41, KIA 타이거즈)과 양준혁(42)이 나란히 옛 스승 김응룡(70) 전 해태, 삼성 감독과의 추억을 펼쳐놨다.
김 전 감독은 지난 20일 방송된 KBS '승승장구'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스승의 생애 첫 토크쇼에 이종범과 양준혁이 '몰래 온 손님'으로 찾아와 함께 과거를 회상했다. 이종범은 "감독님이 출연하신다는 이야기에 광주에서 바로 올라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1993년 해태 입단 때부터 1999년까지 김 전 감독과 함께 한 이종범은 이 자리에서 "6년 동안 감독님과는 눈도 못 마주쳤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해태 때 정말 무서우셨다. 경기에서 지면 미팅을 소집해 방망이로 벽을 치고 의자를 부수곤 하셨다. 그러면 그 후유증이 보름쯤 갔다"며 김 전 감독의 무서운 과거(?)를 폭로했다.
양준혁도 "(1999년에) 해태에 1년 있었는데 동료 중에 프로 생활 10년 동안 감독님과 말 한 마디 못해본 선수도 있었다"며 "감독님 말투가 원래 격한 편이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기분 나쁘다. 예전에 박한이가 견제사로 아웃되자 '정신병자'라고 독설을 날리신 게 신문에 난 적도 있다"고 거들었다.
김 전 감독은 이에 대해 "경기 끝나고 맥주집을 가도 선수들이 있으면 내가 피했다. 일부러 거리를 뒀다. 좋아도 혼자 화장실에서 아무도 없을 때 좋아했다. 선수들과는 눈도 안 마주치고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을 오래 지켜봐온 두 선수는 그것이 김 전 감독의 다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이종범은 "해태에 있을 때 감독님께 칭찬 한 번 못 들어 서운했다. 하지만 일본에 진출하고 나서 나중에 주위 분들에게 감독님이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이지만 야구는 이종범'이라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운했더 마음이 단번에 녹았다"고 말했다.
양준혁은 "감독님이 직설적인 표현을 많이 하시지만 그 안에 선수들을 위하는 마음이 숨어있다. 내가 삼성에서 해태로 원치않게 트레이드 됐을 때 '1년만 있다가 가라'시길래 그냥 달래주시는 말씀인줄 알았는데 진짜 1년 후에 풀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수협 사건 후 FA 선언 때도 갈 곳 없는 절 삼성으로 불러주셨다. 저를 두 번 살려주신 분"이라며 김 전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나중에 알고보니 돈 없는 유망주들을 집으로 불러 사비 털어 고기도 사주고 영양 보충을 시켜주셨다더라"고 김 전 감독의 숨은 선행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출연한 김응룡 전 감독은 1983 시즌부터 해태 사령탑을 맡아 1999년까지 해태를 9번이나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0년 삼성 감독으로 취임한 뒤 2002년 삼성의 창단 첫 우승을 만들어내며 '우승청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31년 간의 감독 생활 동안 팀을 10번이나 우승 반열에 올려놓은 그는 이날 방송에서 55년 야구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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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