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충무로는 뜻밖의 굵직한 성과를 얻었다. 토종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국내를 넘어 세계 애니메이션계를 주름잡았고, 대작 영화보단 소자본의 작은 영화들이, 화려한 아우라를 뽐내는 톱스타들 보단 작지만 큰 울림으로 관객들을 흔든 조연들이 바로 2011년 영화계가 거둬드린 값진 수확이었다.
특히 ‘명품 조연’이라 일컬어지는 신 스틸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올해, 오정세는 충무로가 새로 새긴 명품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넓혔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10년 이상 연기 경력을 쌓아온 그는 올 여름 개봉한 100억 대작 ‘퀵’부터 지난 11월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커플즈’, 성인 애니메이션이자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돼지의 왕’에 잇따라 출연하며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특히 ‘커플즈’에선 개그맨 뺨치는 코믹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관객들이 배꼽을 잡게 했고, ‘돼지의 왕’에선 소름끼치는 목소리 연기로 실사 영화에 버금가는 전율을 느끼게 했다.
올해 오정세의 활약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부산에서 독립영화 주인공으로 영화 촬영에 임하고 있는 그는 올 연말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이 주연을 맡으며 화제를 뿌린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 촬영에 돌입한다. 내년 개봉 예정인 남북한 탁구 단일팀의 감동 실화 ‘코리아’의 촬영은 이미 마친 상태로, 내년 상반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상업영화와 비상업영화, 극과 극의 캐릭터를 오가며 명실공히 ‘충무로 대세’로 자리매김한 오정세에게 2011년은 과연 어떤 해였을까.
“올해라고 특별하진 않다. 나는 그저 꾸준히 작업을 할 따름이다. 어떤 때는 좀 더 주목을 받고, 또 어떤 해에는 주목을 못 받는 것일 뿐. 올해는 ‘커플즈’와 ‘돼지의 왕’이 같은 시기 개봉했는데 극 중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 관심을 받은 것 같다. 관객 분들이 관심을 계속 가져주시면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연연하진 않는다. 이런 기복은 내가 배우로서 성장해 나가는데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지금의 오정세가 존재할 수 있었던 건 대중들의 반응에, 배우로서의 인기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덕분일 터. 무던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그지만 그래도 전작 ‘라듸오 데이즈’(2008)와 ‘시크릿’(2009), ‘커플즈’(2011)는 조금 각별한 의미가 있다.
“내 역할이 컸던 작품들이고, 크던 작던 내가 여기까지 오는 데 도움을 줬던 영화들이다. 특히 라듸오 데이즈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 ‘라듸오 데이즈’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는 성우 중 한 명인 ‘만철’ 역을 맡았던 오정세는 희로애락을 오가는 목소리 연기를 자유자재로 펼쳐 관객은 물론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연기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충무로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오정세는 그러나 아직 ‘충무로 대세’, ‘명품 조연’이란 수식어가 어색하기만 하다고.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 좋고 기쁘다. 내가 전보다 발전했다는 걸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기에 행복하다. 하지만 그런 위치나 수식어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더 좋아져야지’란 바람이 생기고, 그런 마음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날 더 쉽게 흔들어 놓을 것 같다. 관객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늘 상향곡선만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서 ‘대세’라는 말에 스스로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자신에게로 쏠린 세간의 관심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함과 인기를 경계하는 지혜로움을 겸비한 배우 오정세. 올해 배우로서 큰 성과를 올린만큼 내년이 더 기다려 질 법한 그에게 2012년을 맞이하는 각오를 물었다.

“배우로서 많은 작품을 하고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항상 나에겐 가족의 건강이 우선이다. 내년이라고 특별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올해 좋은 결실을 맺었지만 내년에는 주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 한해가 내 인생 전부는 아니지 않나. 단지 배우로서 바람이 있다면 좋은 작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 나에게 제안이 들어온 역할보다 오디션에서 10번 떨어지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의 욕심은 그것 하나 뿐이다.”
“오정세가 할 수 있겠어?”라는 의문을 뒤엎고 “역시, 오정세”라는 말을 듣는 게 배우로서 늘 소망이라는 오정세. 배우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더라도 항상 안주하지 않고 시련과 좌절을 겪으며 성장하고 싶다는 게 배우로서의 그의 최종 목표다.
오정세는 그저 연기 잘하는 친구와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노캐런티로 부산에서 독립영화 촬영에 한창이다. 그를 향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 모른다. 2012년 오정세의 행보에 많은 영화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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