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대부분은 2군이거나 후보다 하지만 모든 순간은 빛나는 기회다
경기가 시작된다. 삶이 시작된다. 그러나 ‘시작’은 되는 것이 아니다. 하는 것이다. 직접 발로 뛰고, 가슴으로 느낀다는 면에서 야구와 인생은 참 닮아있다.
또 하나 야구와 인생에는 ‘퍼펙트 게임’이란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프로리그에서 퍼펙트 게임은 아직 한 차례도 기록되지 않았다. 퍼펙트 게임이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를 밟는 일이 없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박철순, 장명부, 최동원, 선동렬, 정민태 등 세상엔 완벽한 투수가 생각보다 많다. 바로 이것이 야구와 인생이 주는 묘미 아닐까.
최근 개봉한 영화 ‘퍼펙트 게임’의 배경이기도 한 80년대,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고 야구캐스터가 되고 싶었지만 스펙이 따라주지 않아 현재 시인이 되어버린 ‘서효인’이 태어났다.
야구와 함께 자라온 세대의 시인 서효인이 ‘서툰 제구력’으로 세상에 던진 첫 산문집이 바로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다.

이 책은 ‘야구처럼’ 1이닝으로 이뤄져있다. 1/3 이닝에서는 저자가 어린 시절 야구와 만났을 때의 추억을 엿볼 수 있다. 라디오로 처음 야구를 접했을 때, 쌍방울 레이더스의 추억과 해태 타이거즈가 기아 타이거즈로 이름을 바꾸는 순간, 친구와 함께 야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의 경험, 그리고 대학시절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보며 신세 한탄을 하던 모습 등 ‘야구처럼’ 자라고 ‘야구처럼’ 생각하게 된 과거가 있다.
2/3 이닝에서는 야구와 청춘의 결코 가볍지 않은 단상들이 상큼하게 그려진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 시를 열심히 쓰던 시절 보러 동기들과 함께 보러간 야구 경기에서 응원하는 팀의 투수는 난타 당하고 있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상황에서 그는 말한다. ‘뭐 되는 일이 하나 없는 날이어서 더 즐거웠다’고. 몇 년이 지나 그날의 친구들은 거대한 도시로 거처를 옮겨 살아가고 있다. 아직 시를 쓰고 시를 읽고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오래 전, 그날처럼 되는 일이 없는 날들을 연속으로 맞으면서 웃는 얼굴로 살지만 그러기에 그 모습이 짠한 삼십 대가 박혀 있다.
수많은 청춘들이
삶의 드래프트, 그 현장에서
묵묵하고 뜨거운 이닝을 함께 버티고 있다.
그 이닝의 끝에 있을
‘역전만루홈런’을 기대한다.
3/3 이닝.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둔 상황. 공격하는 팀은 계속 공격을 하고 싶고, 수비하는 팀은 서둘러 수비를 끝내고 싶어 한다. 새로운 이닝은 슬픈 게 아니라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그는 자신과 타인의 삶을 ‘관람’한다.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는 ‘야구처럼’ 자라나 ‘야구처럼’ 즐거웠던 세대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며 ‘역전만루홈런’을 기대하는 책이다. 다산북스 펴냄. 285쪽. 1만 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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