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만들어가는 광주신구장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1.12.21 10: 16

"팬들은 좋지만 선수들에게 눈부심은 없는가요".
지난 20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신구장 건립 TF팀 회의가 있었다. 건축, 환경, 언론, 야구 등 각 분야의 전문가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팬들도 참여한 TF팀은 야구장 건립과정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전체 방향을 잡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날은 야구장 신축의 설계를 맡은 회사(공간)의 대표설계자가 직접 TF팀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신구장의 설계 개념과 의도, 그리고 각종 시설과 공간의 배치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개방형 메인콘코스(3층 복도)를 도입하는 등 관중 친화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야구장이라는 게 요지였다. 설명을 마치자 TF팀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KIA 타이거즈 팬 대표로 참석한 조우리씨는 "그라운드 방향이 동남쪽이라 관중들은 편하지만 그라운드의 선수(수비수)들은 해를 안고 경기를 하는데 눈부심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지적했다. 그라운드 위치가 기존의 정남향이 아닌 동북방향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설계자는 "메이저리그 구장들의 추세가 팬을 우선하기 때문에 팬들이 등을 지고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야간경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규정 호남대 체육과학부 교수는 야구장이 인근 주민들의 체육시설로 이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야구장이 인근 주민들에게 목적시설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야구를 하지 않으면 문을 닫는 일이 없어야 한다. 시민들을 위해 야구장의 외곽에 산책로를 두는 게 좋다. 아니면 히로시마 신구장처럼 야구장 메인콘코스 복도를 조깅코스로 만들어도 괜찮겠다"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신구장의 지붕도 도마에 올랐다. 박미경 광주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 지붕전체를 태양광 설비의 설치가 필요하다. 추가비용(90억원)이 많이 든다고 난색을 표하지만 태양광 발전을 다른 곳에 팔 수도 있다. 충분히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측도 100% LED 조명시설 도입과 함께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TV 중계 카메라석과 사진취재석의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설계자는 방송관련 종사자와 스포츠 사진기자 협회 등과 충분히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KIA측의 제의에 따라 외야 중앙에 배치된 불펜의 위치도 외야 좌우끝으로 수정하고 선수단 라커룸에 냉온탕 사우나 시설도 보완하기로 했다. 김성한 전 KIA 감독은 야구박물관의 후보지가 너무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TF팀의 질문세례는 끝이 없었다.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회의를 마칠 수 있었다. 이처럼 광주 신구장은 시민들의 참여형 구장으로 꾸며지고 있다. 광주 신구장은 940억 여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공사이다. 한번 만들어지면 고치기 어렵다. 시민들은 돌다리를 두드리는 마음으로 광주의 랜드마크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인천 문학경기장 시설팀에 근무하는 문현도씨는 여성 화장실 증대와 외부의 산책로 설치를 제안하고 "광주야구장이 잘 지어질 것 같다. 처음부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하면서 고쳐나가기 때문에 디자인 뿐만 아니라 공간활용과 시민 친화형 체육시설로 효율적인 야구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