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재활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는 '봉타나' 봉중근(31, LG 트윈스)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연봉 이야기 때문이다.
봉중근은 지난 4일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를 따라 팀 동료 정재복, '작뱅' 이병규, 서동욱, 신정락 등과 함께 날씨가 따뜻한 사이판으로 날아갔다.
훈련 성과도 좋다. 지난 6월 16일 수술을 받은 그는 이제 어느덧 공을 잡고 40m 캐치볼도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 우려했던 수술부위에 통증마저 없어서 내년 시즌 복귀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은 상태다.

20일 봉중근은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수술을 받은 왼 팔꿈치 인대 상태가 정말 좋다. 당장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봉중근은 이내 2012시즌 연봉에 대한 주변에서 여러 말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올 시즌 봉중근은 연봉 3억 8000만원을 받았다. 지난 2007년 LG 유니폼을 입은 봉중근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역대 LG 투수들 가운데 정삼흠이 지난 1991∼1994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이어 LG의 전신인 MBC 청룡시절(1982∼1984) 하기룡이 3년 연속을 달성했고, LG 전성기를 이끈 김용수 현 중앙대 감독이 1996∼1998년까지 3년 연속 10승을 돌파했다. 봉중근은 98년 이후 12년 만의 기록을 세웠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고액 연봉을 받게 됐다.
그러나 봉중근은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4.96에 그쳤다. 지난 5월 18일 KIA전 이후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접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피로가 겹쳤다. 구단도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LG가 지난해부터 신연봉제도를 시행하며 매년 성적에 야구 통계 자료인 윈셰어 50%, 구단 내부 고과 50%로 평가하며 성적 여하에 따라 연봉 상승하락폭을 큰 변화를 줬다. LG는 올해부터 기존 항목에 내부 평가 ±10%까지 추가했다. 그러나 올해 봉중근 성적만 놓고 보면 팀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삭감 대상자임은 틀림없다.
봉중근 역시 자신이 삭감 대상자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올해 정말 잘 해보고 싶었다. 시즌 초 팀이 상위권을 지켜 4강에 드는데 힘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수술을 하게 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나 역시도 연봉 삭감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내년 내 연봉이 1억도 안 된다는 말부터 1억이다 등등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니까 운동을 하는데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경이 쓰이는 건 봉중근 뿐만이 아니다. 백순길 LG 단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곤혹스러워했다. 백 단장은 "봉중근의 연봉을 놓고 말이 많은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며 "우리도 지금 얼마를 줘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순길 단장 역시 "봉중근이 지난 3년동안 고생한 것은 잘 안다"면서도 "노고를 인정해 주고 싶지만 그럴 경우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봉중근은 연봉 문제로 신경이 쓰이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년 시즌을 위한 몸 만들기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봉중근은 "올해 부상을 당하면서 긴 공백을 갖게 됐다. 마운드를 떠나면서 나를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됐다"라면서 "야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대답했다.
LG와 봉중근은 아직 구체적인 협상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LG가 봉중근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접한 만큼 계약을 완료하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LG와 봉중근은 어느 조건의 계약에서 합의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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