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술위원회에서 최강희(52) 전북 현대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8일 조중연 축구협회장이 조광래(57) 전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면서 생긴 공백은 2주 안에 막을 내렸다.
서울 대광중-우신고를 거친 최 감독은 국가대표 수비수 겸 미드필더 출신으로 1987년부터 1992년까지 태극마크를 달았고,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출전했다. 프로리그서는 원년인 1983년 한일은행 소속으로서 포항제철에 가등록, 3게임을 뛴 것을 시작으로 1984년부터 1992년까지 현대서 활약하며 207경기에 출전해 10골 22도움을 기록했다.

1995년 수원 트레이너를 맡아 지도자로 첫 발을 디딘 그는 수원 코치와 국가대표 코치(2002~2004년)를 거쳐 2005년 7월 전북 현대 감독을 맡았다.
전북은 최 감독 체제에서 2006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2009년 팀 창단 이후 첫 K리그 우승에 이어 올해 2년 만에 또 정상에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비록 알 사드(카타르)에 져 준우승에서 그쳤지만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진출했다.
최 감독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을 내세워 프로 그라운드에 새 바람을 불러왔다. 전문 공격수 출신은 아니지만 수비보다 공격을 지향, 올 시즌 전북이 정규리그 30경기에서 67골을 터뜨려 경기당 2.23골을 기록, 역대 K리그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우도록 했다.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외국인 감독이 선임되지 않고 K리그서 감독을 차출한 것에 대해 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변화를 일궈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회는 가장 적임자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지만 팬들은 그렇지 않은 상황.
특히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프로 현직 감독을 무조건 데려가도 된다는 인상을 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축구협회가 K리그 감독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K리그서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는 허정무 감독과 조광래 감독이 유이했다.
따라서 그 동안 대표팀 감독 제의를 고사해 왔던 최강희 감독이 다시 이름을 올린 것은 전북에서 보여준 능력을 대표팀에서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낸 것. 밀실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일단 기술위에서는 최강희 감독을 추천했고 회장단에서 결정하도록 여지를 남겨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최강희 감독은 능력을 인정받아 영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K리그의 위상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풀이를 하는 것이 맞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절차는 남아 있다. 전임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오를 때 경남에 지휘 공백이 생겼다. 따라서 전북의 경우도 갑작스러운 변화와 관련 협회와 적절한 조율을 거쳐야 한다. 만약 무조건적으로 대표팀 감독이 중요하다고 데려간다면 이는 또다른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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