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축구협회, 말은 제대로 해야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12.21 15: 13

백의종군(白衣從軍).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면서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꺼낸 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서 제 9차 기술위원회를 열어 최강희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당초 대표팀 감독에는 관심이 없다고 수 차례 밝힌 최강희 감독이었지만 축구협회의 거듭된 요청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런데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계약 기간부터 명확하지가 않다. 황보 위원장은 최강희 감독이 2월 쿠웨이트와 3차예선 최종전만 지휘하는 것인지, 전임 감독이 된 것인지에 대해 "대표팀 감독에 최강희 감독을 추천한 것이다"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말이 안 됐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것은 이날 결정된 것이 아니다. 황보 위원장 또한 "세 차례 정도 만나 계속 설득을 했고, 마지막에 가서 이야기가 됐다"며 이날 열린 기술위원회에 앞서 대표팀 감독이 결정된 것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우리는 추천을 했을 뿐이다"를 반복했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의 경질이 결정된 이후 지난 13일 새롭게 구성된 기술위원회가 처음으로 만나 새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후보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어떤 감독을 뽑자는 의견만 주고 받았다. 20일까지만 하더라도 기술위원들은 최강희 감독의 내정 사실을 전혀 몰랐다. 즉 21일 9차 기술위원회에서 최강희 감독에 대한 추천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윗선에서 결정된 사안을 OK했을 뿐이다.
막무가내식이다. 안 한다는 최강희 감독을 압박해 하게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 놓고 한다는 소리가 '백의종군'이라고 한다. 대체 최강희 감독이 무얼 잘못했길래 '백의종군'이라는 단어을 갖다 붙이는 것일까? 지난 몇 년간 전북을 K리그 최강의 팀으로 만들었고, 이번 시즌에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32경기서 단 3번밖에 지지 않았던 최강희 감독을 선임해 놓고 말이다.
최강희 감독에게 감사를 표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리고 승강제가 적용되는 중요한 2012 시즌을 앞두고 전북에서 감독을 빼앗아 오다시피했다. 전북 팬들에게도 사죄의 뜻을  표해야 했다.
그렇지만 황보 위원장은 "전북 현대 이철근 단장과 현대자동차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을 뿐이다. 또 "최강희 감독은 정말로 한국 축구를 위해 힘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최강희 감독이 원해서 대표팀 감독이 됐다는 식으로 말을 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했다.
얄팍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조광래 감독의 경질도, 최강희 감독의 선임도 밀실 행정으로 이루어졌다. 막무가내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말이라도 제대로 하면 보기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축구협회를 보자니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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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관 기술위원장-김진국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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