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윤제균 감독이 '넌 찌질해야 한다' 조언"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1.12.21 15: 53

21일 개봉한 영화 '마이웨이'(장동건, 오다기리 죠 주연)의 배우 김인권이 '해운대' 윤제균 감독의 조언을 통해 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마이웨이'의 종대 역을 맡은 김인권은 주연과 다름없는 존재감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시사 후 호평이 많다는 말에 그는 "에이, 영화를 보니 비중이 진짜 있네, 이런 정도겠죠"라고 말하며 겸손해했다.
'마이웨이'에 대해 그는 "군대를 다녀온 느낌이다"라고 회고했다. 모든 장면들에서 춥고, 눈이 날리고, 폭탄이 터지고 그 속에서 사투를 벌여야하니까 조금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다.

"보조 출연자, 조연, 단역 배우들이 수백명 단위고 세트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보니 실수가 용납이 안 됐어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했죠. 폭탄 위치 계산하고 카메라 위치 계산하고, 그렇게 바짝 긴장하며 촬영하니 녹초가 되더라고요. 제가 폭탄 공포증이 있는 것에 더해 폭탄이 터지면 소똥 말똥 파편들이 입에 다 들어오고, 내리는 눈은 펄프로 만들었는데 눈에 들어가면 각막을 갉아내는 느낌입니다. 눈물이 좀 나오면 종이가 눈 밖으로 나오죠.  물에 한 번 빠지고 나면 불빛에 비춰야만 보이는 작은 가시들(나무들이 분해돼서 생긴 것으로 추정)이 온몸이 쫙 박히더라고요. 그런데 장동건 형은 '태극기 휘날리며'를 해 봐서 그런지 도사더라고요. 고생은 했지만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강제규 감독님 정말 감사합니다' 였죠."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크다. 특히 강제규 감독을 보고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에 이어 강제규 감독. 유난히 감독 복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그가 '마이웨이'에 출연하게 된 것은 '해운대'의 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제규 감독님이 '해운대'를 보고 저를 종대 역에 생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종대 역할에는 선 굵고 남성적인 캐릭터를 원하실거라 생각해 사실 아예 기대도 안 했는데 저를 부르신 거에요. 당시 제가 '퀵'을 찍고 있었는데, 윤제균 감독님께 저에 대해 물어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강제규 감독을 만나게 됐고, 윤제균 감독님이 흔쾌히 스케줄을 조정해주셔서 '마이웨이'를 하게 됐죠."
1998년 영화 '송어'로 데뷔한 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본격적으로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지난 2009년 '해운대' 때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1000만 관객을 넘게 동원한 '해운대'로 김인권이란 이름 세 글자가 대중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해운대'는 그에게 연기와 역할에 대해 '깨달음'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 전까지는 무조건 강하고, 남들과 다른 우월한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해운대'를 하면서 그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어요. 그 전에는 소위 남다르고 강렬한 역할을 찾아다녔죠. 하지만 윤제균 감독님이 저에게 '넌 편하고 찌질해야 한다. 눈에 힘 빼라'고 항상 조언해 주셨죠. '해운대' 때도 세 보이려 하지 말고,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하라며 실제 연기를 시범으로 보여주시기도 하셨어요. 무조건 세야 좋은 배우가 아니라 부담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과감히 망가질 수 있는 것도 좋은 배우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신거죠. 내 외모나 상황에서는 또 그게 관객들에게 가깝게 갈 수 있는 거란 깨달음도 왔고요. 장동건 형처럼 뭔가를 가지지도 않았으면서 센 역할을 하려고 했는데, 김인권은 장동건이 아니잖아요. 이 타고난 것에서는 대중에게 낮아지고 더 찌질한 모습, 부담없는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 입체적으로 변모해가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가련한 인물 종대.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변해가는 종대를  만약 '해운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연기 했으면 되게 '비호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단다.
최근 김인권은 tvN 생방송 코미디쇼 'SNL 코리아'의 세 번째 호스트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 3일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때로는 화면에서 개그맨보다 더 웃긴 배우라는 자연스러운 생각. 혹시 개그맨 시험 같은 것을 볼 생각은 없었냐고 물었다.
"개그맨은 아니더라도 나를 코미디언의 범주에 넣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성룡, 주성치, 임창정 같은 배우 분들처럼 코미디 영화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군 입대 전까지 그래도 많은 작품을 했었는데, 고참들이 기억하는 작품은 유일하게 '조폭 마누라'더라고요. 그리고 '해운대'의 반응도 그렇고, 코미디를 할 때 반응이 좋다는 것을 검증했다고 할 수 있죠."
어떤 캐릭터를 걸쳐도 본인만의 개성을 잃지않으면서도 100% 소화해낸다. 이런 김인권에게 '이 연기는 정말 편하고 자신있다'란 배역이 있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한 그는 "그건 잘 모르겠는데 단 하나 자신없는 역할이 있긴 하다"라며 "그건 정말 잘생긴 역이다"라고 대답했다.
"미국인, 러시아 사람, 일본 사람, 할머니, 할아버지, 여자, 아이 다 자신 있는 데, 단 한가지 안 되는 것은 잘생긴 역할이에요. 그것만은 정말 유일하게 자신없어요. (요즘 흔히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잘생긴 본부장 역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요? 그래요. 잘생긴 본부장은 정말 자신 없습니다. 그것 만큼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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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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