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대기’ 윤석민, “주전 3루-3할 타율 정조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2.21 16: 11

“수비 면에서 불안하다는 인식을 씻고 주전 3루수로 우뚝 서고 싶습니다”.
아쉬움도 컸던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연봉 인상을 경험했으나 안타까움이 짙었던 만큼 자율 기간에도 쉬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의 8년차 내야수 윤석민(26)이 다음 시즌 더 나은 활약을 향해 역기를 쉬지 않고 들어올렸다.
구리 인창고를 거쳐 지난 2004년 두산에 입단한 윤석민은 2군에서 ‘제2의 김동주’라는 평을 받으며 성장했으나 지난해까지 1군에서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병역 문제도 있었고 주전 3루수 김동주가 어깨 부상을 입었던 2006시즌 자신에게 온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1년 선배 나주환(SK, 공익근무 중)에게 기회를 넘겨줬던 윤석민이다.

그러나 올 시즌 윤석민은 자신도 1군에서 통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비췄다. 올 시즌 윤석민의 성적은 80경기 2할8푼7리 4홈런 19타점. 대타로 주로 출장했던 7~8월 2할2푼에 그친 것을 제외하면 3할 타율을 훨씬 상회하는 정확성을 떨친 바 있다. 데뷔 이후 계속 기본 연봉에 그쳤던 윤석민의 다음 시즌 연봉은 4100만원이다.
자율 훈련 기간인 21일에도 윤석민은 잠실구장을 찾아 웨이트 트레이닝에 몰두했다. 80kg의 역기를 어깨에 메고 하체 강화 훈련을 하던 윤석민은 한 시즌을 돌아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많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데뷔 후 처음 1군에서 결승타도 때렸고 홈런도 쳤지만 제가 잡았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네요”.
많은 것이 처음이었던 만큼 윤석민에게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았다. 특히 지난 4월 29일 문학 SK전서 윤석민은 2-3으로 뒤진 6회초 2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고효준의 초구를 통타 2타점 역전 결승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경기 직전까지만 해도 1군 승격이 결정되지 않다가 갑작스레 1군 호출을 받고 경기 중 1군에 합류한 윤석민이 친 ‘사고’였다.
“중요할 때 대타로 나가면 코칭스태프진에서 일단 초구부터 공략하라고 지시가 떨어져요.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되면 방망이가 잘 안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도 그 때는 마침 제 히팅 타이밍에 맞는 코스로 공이 날아왔어요. 운이 좋았습니다”.
김진욱 신임 감독은 윤석민의 인창고 시절 스승이기도 했다. 윤석민의 고교 시절을 잘 알고 있는 스승이 프로 무대에서도 감독으로 자리한 만큼 윤석민에게 어떤 당부가 떨어졌는지 궁금했다.
“단타에 의존하지 말고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선수가 되라고 하셨어요. ‘넌 방망이에 소질이 있으니 짧게 끊어치기보다 중요할 때 큼지막한 한 방을 노려라’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난 11월 두산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출신 우타자 오장훈(27)을 데려왔다. 홍익대 시절 팔꿈치 수술 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케이스인 오장훈의 수비 위치는 1루지만 타격 면으로 보면 윤석민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어떻게 보면 윤석민에게는 잠재적인 경쟁자와도 같다.
“경쟁자를 단 한 명으로 제한하지 않습니다. 1명이 아니라도 모두가 제 라이벌이 될 수 있으니까요. ‘누굴 이기겠다’라는 생각보다 결국 제가 잘해서 제가 기회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 FA 재계약을 맺지 않은 주포 김동주는 “다음 시즌 내 자리인 3루를 되찾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윤석민, 이원석 등 또 다른 3루수에게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는 “제가 동주형을 넘어설 수 있겠어요”라며 쓴웃음을 짓던 윤석민이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목표가 생겼습니다. 시즌 전 착실히 준비해 코칭스태프 앞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실력으로 주전 3루 자리를 꿰차고 싶습니다. 그리고 풀타임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1군 무대를 향한 기다림이 컸던 만큼 윤석민의 목소리에는 묵직한 힘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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