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원 골머리 앓게 한 올 시즌 명장면 2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2.22 07: 06

지난 7일과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기록원과 각 구단 기록원, 전력분석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야구 기록의 실제 적용에 대해 토의하는 뜻깊은 자리가 있었습니다. 새로 한국 프로야구의 식구로 합류한 NC 소프트의 기록원까지 포함된 합동 세미나에서 기록원들은 올 시즌 있었던 실제 상황들을 두고 다시금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KBO 이주헌 기록위원은 "올 시즌 있었던 경기들 가운데 두 장면에 대해 많은 토론이 오갔다"고 설명했는데요. 과연 어떤 장면이 기록원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을까요?
우선 첫 번째 장면은 LG 서동욱의 홈스틸 논란이었습니다. 서동욱은 지난 4월 8일 대전 한화전에서 7-4로 앞선 8회 1사 3루서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쐐기점을 뽑았습니다. 한 점만 달아나면 안심할 수 있던 LG는 서동욱을 3루에 두고 타자 박경수에 스퀴즈 사인을 냈는데 공교롭게도 한화 투수 윤규진의 공은 홈 플레이트 앞에서 원바운드가 되며 번트를 대는 데 실패했습니다.

서동욱은 이미 윤규진이 투구를 하기 전 스타트를 끊었고 포수 이희근은 깔끔한 블로킹으로 홈을 지키고 있던 상황. 누가 보더라도 아웃이 될 것 같은 상황에서 서동욱은 슬라이딩을 하다 말고 급제동을 걸었고, 이희근의 포수 미트를 살짝 뛰어넘는 '개구리 점프'를 보여주며 세이프 판정을 받았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35번째 홈스틸로 기록될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기록원의 결정은 폭투였는데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0.08 도루 항 (a)을 보면 '홈스틸의 경우, 3루주자가 투구 전에 스타트를 했더라도 폭투나 패스트볼의 도움 없이 득점할 수 있었다고 기록원이 판단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주자에게 도루를 기록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서동욱은 윤규진이 투구를 하기 전 스타트를 했기에 도루의 조건은 갖췄지만, 폭투가 없었다면 세이프 판정을 받기 힘들었다는 이유로 홈스틸을 인정받지 못했는데요.
잘못된 판단은 아니지만 분명 반론의 여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희근의 태그동작은 정상적인 수비가 아니었기에 포수 실책을 줘야 한다는 의견, 주자의 능력으로 홈에서 아웃이 될 걸 세이프가 됐기에 홈스틸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의견 등 말이죠. 이 상황에 대해 세미나에선 8개월 만에 다시 격론이 벌어졌다는 후문입니다. 참고로 서동욱은 공식 홈스틸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번 연봉협상 때 LG 구단 내에서는 홈스틸로 인정해 고과를 산정했다고 합니다.
다음 장면은 롯데 전준우의 품으로 들어간 야구공 사건입니다. 지난 6월 2일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 4회초 넥센 김민우의 땅볼 타구가 롯데 3루수 전준우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공이 유니폼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전준우는 공을 찾지 못한 채 두리번 거리다 결국 타자 주자를 1루에 들어오게 만들어 줬습니다.
당시 판정은 3루수 실책. 이튿날 넥센 측은 ‘전준우가 수비 플레이 자체를 시도조차 못했기에 안타로 봐야하지 않냐’는 질문을 했지만 전준우의 옷 속에 들어간 타구 자체가 평범한 땅볼 타구였기에 그걸 잡지 못한 것 자체가 실책이라는 것이 기록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수비수 유니폼 안으로 공이 들어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딱히 규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자의 유니폼에 공이 들어가면 '볼 데드'가 선언돼 진루하고자 했던 루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습니다. 만약 그 공이 '볼 인플레이'로 선언되면 몸에 공을 품은 주자는 그대로 홈까지 내달릴 수 있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선 수비수가 몸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야구가 미식축구가 될 우려가 있죠.
그렇지만 수비수의 경우는 규정이 없습니다. 공이 펜스를 넘어가거나 덕아웃에 들어가는 등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 수비수가 꺼내면 되는 일이기에 '볼 인플레이'가 맞다는 주장이 있고 의 '투구나 파울 팁이 포수의 마스크에 박히면 볼 데드'와 유사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볼 데드'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세한 규칙으로 각 상황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처럼 생각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야구장입니다. 바로 이것이 야구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신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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