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마추어 시절 평범했던 사람입니다. 좋은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 근성과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자기 몸을 충실히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상 한 팀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그리고 지도자로 오랫동안 야구 인생을 그려나가던 코치는 새로운 팀에서 도전장을 던진다. 통산 75승 142세이브에 한국시리즈 유일무이한 노히트노런 기록을 보유 중인 정명원 두산 베어스 신임 투수코치가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1989년 태평양에서 데뷔해 박정현-최창호와 함께 ‘짠물야구 영건 3인방’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정 코치는 1994년 40세이브로 구원왕 타이틀, 1998년 14승-평균자책점 1.86(1위)을 기록하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96년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는 노히트노런 기록을 세우기도 한 정 코치는 2002년부터 현대-히어로즈 코치로 재직했다.

당초 올 시즌 후 넥센 2군 감독 취임이 유력시되었던 정 코치는 두산의 부름을 받고 새로운 팀에서 도전한다는 의미로 새 둥지를 틀었다. 2군 재직 시에도 전도유망한 젊은 투수들의 지도에 여념이 없던 정 코치는 두산에서 기존 주력 투수들과 젊은 투수들의 긍정적 경쟁을 통한 기량 상향 평준화를 도울 예정이다.
“좋은 팀에 왔습니다. 그만큼 좋은 선수들의 재능을 끌어내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제 자신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군산상고-원광대 시절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정 코치는 프로 무대에서 진가를 보여주며 무명 선수의 대도약을 현실화한 케이스다. 그만큼 팀 내 젊은 투수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제 야구인생은 평범했습니다. 그러다가 프로에 와서 제 스스로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기 싫어하는 근성으로 열심히 해서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선발이나 마무리 한 보직만 꾸준히 했더라면 승리 수나 세이브 수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남겼을 텐데 뭔가 어중간한 기록을 남겼네요”.(웃음)
“제 현역 시절과 달리 지금은 투수 분업화가 이뤄졌으나 선수들이 안주하는 마음 없이 부단한 노력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느 지도자라도 노력하는 선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선수 본인이 스스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으면 결국 자기 자신과 싸워 이겨낼 수 있는 법을 터득해야지요.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여러분보다 아마추어 시절에 못했지만 열심히 노력해 그 정도 성적을 올렸다’라고 말입니다”.
김진욱 신임감독은 스스로도 “내 야구 인맥이 넓지 않아 코치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자신만의 사단이 없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함께 할 지도자의 됨됨이를 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코치 인선을 할 수 있었다는 뜻과 같다. 김 감독이 정 코치에게 요청한 부분을 묻자 답변이 이어졌다.
“선수와 자주 이야기해달라고 하시더군요. 결국 활발한 소통이 있어야 선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법이니까. 올해 두산은 부상 선수가 많다보니 고전했습니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수진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만큼 젊은 투수들이 조금 더 두각을 나타내길 바랍니다”.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 보직에 놓기로 결정한 가운데 두산의 선발-계투진에서는 치열한 경쟁 체제가 예상된다. 김선우-더스틴 니퍼트 선발 두 자리를 제외하고 이용찬, 임태훈, 서동환, 김승회, 홍상삼, 김상현 등이 세 자리를 놓고 선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훈-고창성이 버틸 계투진에서는 우완 노경은과 조승수, 김강률, 좌완 진야곱, 정대현, 김창훈에 신인 사이드암 변진수 등이 경합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스프링캠프 동안 경쟁 체제의 윤곽이 확실해 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좋은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인 만큼 투지와 근성으로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투수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만큼 지금 자율 훈련 기간 동안 선수들이 스스로 근력 운동을 하면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놓길 바랍니다. 그렇게 해야 부상을 입지 않을 테니까요”.
정 코치에게도 두산에서의 새 출발은 일생일대의 도전과 같다. 그리고 지도자는 근성있는 선수들과 소통을 통한 경쟁과 상생으로 도전장을 준비하고 있다. 정 코치의 정감있는 말투 속에는 다음 시즌 실력파 투수들을 더욱 많이 보고 싶다는 야심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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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