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보낸다', 연봉 올려주는 진루타의 달인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2.23 08: 46

승리를 위한 팀 배팅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누구나 주자가 있을 때 안타를 쳐서 계속 기회를 이어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도리어 자신이 직접 해결하겠다는 욕심으로 큰 스윙을 일관한다면 몸에 힘이 들어가 정확한 타격이 이뤄지기 힘들고 자칫 병살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팀에 따라서는 희생번트를 자주 시도하는 등 작전야구를 통해 최대한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팀컬러에 따라 번트 시도를 자제하는 쪽은 정확한 타격을 바탕으로 진루타를 기록할 수 있는 선수가 대우를 받기도 한다.
팀 배팅의 중요성을 절감한 LG는 이번에 국내 최초로 '팀 배팅 코치'라는 새로운 보직을 만들어 최태원 코치를 선임했다. 이제 팀 배팅은 말로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코치를 둬 실시하는 승리를 위한 새로운 방정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안타, 타점 등 눈에 보이는 기록과 마찬가지로 희생번트, 희생플라이를 제외한 진루타도 연말 연봉협상 시 숫자에 따라 고과에 적용된다"고 밝혀 선수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 역시 "희생타나 진루타가 잘 드러나지 않는 기록이지만 구단은 철저하게 기록을 한다. 사실 진루타가 많은 선수가 팀에는 효자와도 같다"고 말했다.
일단 올 시즌 최고의 '번트의 달인'은 한화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된 한상훈이다. 한상훈은 올 시즌 2번 타자로 주로 나서며 33번의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2위인 넥센 김민성(22개)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상훈의 올해 485타석, 타석 대비 희생번트는 6.8%였다. 세부적으로 나눠 살펴보면 한상훈은 올 시즌 주자가 1루인 상황에 99번 타석에 들어서 29번의 희생번트를 기록했고 주자 2루 때 1번, 주자 1·2루 때 2번을 각각 기록했다.
희생번트가 작전에 능한 선수가 유리한 것이라면 희생플라이는 장타력이 있는 선수가 앞선다. 올 시즌 희생플라이 1위는 삼성 최형우다. 최형우는 10번의 희생플라이를 성공시켰는데 주자 1·3루때가 6회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두산 김현수(9회), 롯데 황재균(8회)등이 이었다.
앞서 설명한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는 모두 타수에서 제외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를 하기에 누구나 쉽게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는 진루타는 따로 집계되어 발표되지 않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승리를 위한 숨은 조력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부문의 올 시즌 1위는 롯데 손아섭이었다. (주)스포츠투아이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손아섭은 올 시즌 115개의 진루타(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볼넷, 사구 등을 제외한 수치)를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손아섭의 타율은 3할2푼6리(442타수 144안타)다. 이 가운데 주자가 있을 때 손아섭은 3할3푼9리(233타수 79안타)의 타율을 올리며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손아섭은 주자가 있었던 233번의 타수 가운데 115번이나 진루를 성공시키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였다. 말 그대로 주자를 보내는 데는 가장 뛰어난 '진루 종결자'인 셈이다.
또한 본인은 아웃이 됐지만 주자를 가장 많이 진루시키는데 성공한 '팀 배팅의 달인'도 손아섭이었다. 앞서 손아섭이 기록한 115번의 진루타는 주자가 있을 때 기록한 79번의 안타를 포함한 수치였다. 손아섭은 36차례(땅볼 진루타 35회, 뜬공 진루타 1회) 본인은 아웃이 되더라도 주자는 진루시켜 타자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해냈다.
손아섭이 진루타 부문 1위에 오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앞선 타자인 전준우, 김주찬 등의 출루율이 좋았기에 상대적으로 진루타를 칠 기회가 많았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방망이에 공을 맞추는 재주가 뛰어난 손아섭은 올해 단 6개의 병살타만 기록했다. 시즌 병살타 1위인 팀 선배 홍성흔, 이대호(22개)보다 훨씬 적은 숫자다.
손아섭에게 올 시즌 진루타 1위라는 사실을 전하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록"이라며 반색했다. 그는 최다 진루타의 비결로 "주자가 있을 때는 무조건 컨택에 집중한 게 이런 기록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타석에서 욕심이 많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제가 초구를 좋아하고 풀스윙을 하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한 손아섭은 "그래도 진루타 1위라는 결과가 나왔으니 오해가 좀 풀릴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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