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대성불패' 구대성(42)의 신화가 호주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대성은 지난 21일(한국시간) 호주 퍼스 바바갈로 볼파크에서 열린 호주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1이닝을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지난해 출범한 호주프로야구 개막 경기에서 출범 1호 세이브를 올렸던 구대성은 올스타전 1호 세이브까지 기록했다. 한국·일본·미국에 이어 호주까지 4개국에서 대성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 호주리그 최고령 선수 위력투

구대성은 1969년생으로 만 42세 노장이다. 호주리그에서도 전체를 통틀어 당당히 최고령 선수로 등록돼 있다. 심지어 시드니 블루삭스를 이끄는 감독 케빈 볼스가 1975년생으로 구대성보다 6살 어리다. 시드니에는 1993년생 선수들도 있다. 아들뻘되는 선수들과 지금도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하는 게 아니다. 시드니 블루삭스 부동의 마무리투수로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18경기에서 2승1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 1.00으로 초대 구원왕에 올랐던 구대성은 올해도 8경기에서 2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하고 있다. 5실점으로 무너진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7경기는 무자책점으로 호투했다.
한국프로야구 통산 2위의 214세이브를 거두고, 일본프로야구에서도 10세이브를 거둔 구대성은 호주에서도 16세이브를 추가했다. 미국에서는 세이브를 올리지 못했지만 통산 240세이브로 대성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열흘 뒤면 우리나이 마흔넷이지만, 그의 야구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구대성과 함께 시드니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LG 출신 크리스 옥스프링도 "구대성은 정말 좋은 팀 동료다. 코치와 같은 역할로 어린 선수들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 매사에 승부욕…타협없는 엄격함

대전고 3년 후배 정민철 한화 투수코치는 오랜 기간 구대성을 지켜봐왔다. 정민철 코치는 "한미일을 다 섭렵했는데도 호주까지 진출했다. 도전하고 재도전하는 것이 그 형의 인생이다. 우리야구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일이고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메시지가 될 것이다. 굉장히 자랑스럽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정코치는 "대성이형은 매사에 승부욕이 있다. 보통 후배들한테는 관대한 게 있는데 대성이형은 어떠한 순간 어떠한 것을 하더라도 신중하다. 도전 정신이 강하고, 결코 허투루 생각하는 법이 없다. 가까이서 지켜보면 절대 타협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자신에게 엄격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 모 후배 투수는 구대성과 오락게임을 시작한 후 '진짜로' 질 때까지 해야 했다는 후문. 가짜로 져주는 척하는 건 구대성에게 통하지 않았다.
정 코치는 구대성에 대해 '정신이 몸을 지배한 선수'라는 표현을 썼다. 정 코치는 "사실 그 형은 다리도 짧고, 몸 비율이 완벽한 건 아니다"며 농담한 뒤 "특이한 투구폼과 어떠한 상황에서든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퍼포먼스가 있다. 어떤 환경에서든 자기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금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바로 그런 부분들이다"고 강조했다.
▲ 타고난 목 근육…특유의 투구폼

한화에서 말년을 보낼 때 구대성의 재활을 도운 조대현 한화 트레이닝 코치는 그의 목 근육에 주목했다. 과거 구대성은 유독 목 근육을 풀어주는 모습이 많았다. 조대현 코치는 "피칭할 때 목이 틀어지면 팔 각도가 흔들린다. 지속적으로 목의 방향을 고정해야 어깨-복근-하체로 밸런스가 잡히고, 힘의 분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성이형은 목 근육이 유독 발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조 코치는 "대성이형은 기본적으로 목-골반-어깨-장딴지 근육이 중심에 모여있는 체형이다. 몸을 비틀어 회진시키는 힘이 보통 선수보다 아주 뛰어나다. 회전이 세다 보니 2007년 무릎 인대가 파열됐지만 재활을 잘 소화했다. 워낙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라고 말했다. 구대성 특유의 등이 보이는 '토네이도 투구폼'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조 코치는 구대성이 2007시즌 종료 후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조 코치는 "큰 수술이었는데 본인이 정말 열심히 재활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 할 정도였다. 보통 선수라면 1년 넘게 걸릴 것을 대성이형은 6~7개월 만에 끝냈다. 그만큼 묵묵히 야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고 재활 훈련 시절 구대성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 같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지금까지도 롱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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