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홈스틸과 안타, 연말에야 찾았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2.23 06: 39

올 시즌 야구팬들을 웃기고 놀라게 했던 명장면 둘이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올 시즌 최초의 홈스틸을 기록할 뻔했던 서동욱입니다. 서동욱은 지난 4월 8일 대전 한화전에서 7-4로 앞선 8회 1사 3루서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쇄기점을 뽑았습니다. 한 점만 달아나면 안심할 수 있던 LG는 서동욱을 3루에 두고 타자 박경수에 스퀴즈 사인을 냈는데 공교롭게도 한화 투수 윤규진의 공은 홈 플레이트 앞에서 원바운드가 되며 번트를 대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미 스타트를 끊은 서동욱은 완벽한 아웃 타이밍에서 포수 이희근의 글러브를 폴짝 뛰며 피해 홈을 밟았습니다.
이 장면을 두고 당시 기록위원은 폭투 판정을 내렸습니다. 홈스틸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누구의 실책도 없었을 때조차 홈에서 세이프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서동욱이 세이프가 된 것은 맞지만 윤규진의 폭투가 없었더라면 홈으로 세이프 판정을 받지 못했을 것이란게 이유였습니다. 이후 홈스틸 성공과 폭투 사이에 격론이 일긴 했지만 한 번 결정된 기록은 바뀔 수 없는 노릇이었죠.
또 하나는 유니폼 사이로 사라진 공입니다. 지난 6월 2일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 4회초 넥센 김민우의 땅볼 타구가 롯데 3루수 전준우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공이 유니폼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전준우는 공을 찾지 못한 채 두리번 거리다 결국 타자 주자를 1루에 들어오게 만들어 줬습니다.

당시 판정은 3루수 실책. 이튿날 넥센 측은 전준우가 수비 플레이 자체를 시도조차 못했기에 안타로 봐야하지 않냐는 질문을 했지만 전준우의 옷 속에 들어간 타구 자체가 평범한 땅볼 타구였기에 그걸 잡지 못한 것 자체가 실책이라는 것이 기록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이 역시 기록원들 사이에서 규칙 해석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합니다.
사실 서동욱이나 김민우는 홈스틸과 안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판정을 내려도 될 정도로 논란이 있는 만큼 좀 더 유리한 쪽으로 판정을 받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죠. 또한 안타 하나, 도루 하나가 연말 연봉협상 때는 모두 고과로 계산되기에 더욱 아쉬웠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확인 결과 서동욱은 홈스틸을 찾았고, 김민우도 안타를 인정 받았습니다. KBO로부터 공식 기록으로 인정 받은 건 아니지만 LG와 넥센은 각각 연봉협상 때 두 선수의 잃어버린 기록을 고과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후문입니다. 결국 서동욱과 김민우는 홈스틸과 안타를 다시 돌려받은 것과 마찬가지네요. 여기에 덧붙여 한화는 LG와의 저 유명했던 '보크 오심' 경기의 결과를 무승부로 자체 처리해 고과 산정을 했다고 합니다.
연봉 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모 구단 관계자는 "KBO 공식 기록이 팀 내 고과 산정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만약 기록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생긴다면 구단은 대체적으로 선수가 유리한 쪽으로 인정을 해 주는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덕분에 두 선수가 기록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반대일때도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무리하게 개인기록을 위해 도루를 하면 만약 성공했다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고과로 인정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 무엇보다 팀플레이를 중요시하기에 그런 것이겠죠.
어쨌든 서동욱과 김민우 선수는 연말에 조금이라도 웃을 일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신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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