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수술-재활’ 이재우, “잠실에서 공 던질 수 있었으면”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2.23 14: 39

“또다시 인대가 끊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야구를 포기해야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프리에이전트(FA) 투수를 제외하고 선발-마무리가 아닌 순수한 중간계투 요원으로 8개 구단 투수들 중 가장 먼저 연봉 2억원을 기록한 투수. 그러나 이후 그는 두 번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시련을 겪었다. 그리고 그는 그 모진 풍파 속에서 다시 한 번 재기의 꿈을 꾸고 있다. 두산 베어스 우완 이재우(31)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0년 탐라대 중퇴 후 두산에 훈련 보조요원으로 입단해 정식 선수로 등록, 2005시즌 홀드왕(28홀드), 2008시즌 11승에 이어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까지 합류하는 입지전적 삶을 살아온 이재우. 그러나 그는 지난 시즌 초 경기 도중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마운드를 내려온 뒤 결국 지난해 8월 미국 LA서 수술대에 올랐다. ‘토미존 서저리’로 불리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이다.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복귀 시점이 서서히 눈에 보이던 지난 6월 이재우는 훈련 도중 팔꿈치가 또다시 끊어지는 불운을 맛보았다. 결국 이재우는 7월 15일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다시 한 번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기나긴 재활의 터널 속에 있다. 그의 양쪽 손목 인대는 모두 끊어진 오른쪽 팔꿈치 인대를 잇는 데 쓰였다. 따라서 이재우가 손에 힘을 줬을 때는 동맥 부근에 두 줄의 인대가 없다.
두산이 이재우의 재활을 돕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다행스러운 일. 지난해까지 2군에서 재활 코치-투수 코치직을 겸임했던 김진욱 신임감독은 “몸 상태가 악화되면 안되니 캐치볼이나 롱 토스라도 따뜻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현재 이재우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R&C 스포츠센터에서 재활에 열중하고 있다. 권태윤 대표는 이재우의 현 상태에 대해 “통증은 전혀 없다고 한다. 다만 겨울인 만큼 되도록 던지는 운동은 전지훈련에 가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수술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통증은 아예 없다. 그러나 요즘 날씨가 쌀쌀해 아직 공은 던지지 않았다. 던져도 되는 몸 상태지만 미국에 건너가 따뜻할 때 공을 던져보며 내 감을 찾고 싶다. 구단의 배려에 감사한다. 한 번 실패했으니 두 번째는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2009시즌 이재우의 연봉은 2억원이었다. 서두에 언급했듯 이는 FA를 제외한 순수한 중간계투로는 최초의 2억대 진입이었다. 이후 정우람(SK), 팀 동료 정재훈 등이 밟은 고지였고 후발주자들이 자신의 연봉을 더욱 높이는 동안 이재우의 연봉은 1억1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두 번의 수술과 재활로 2010년 4월 이후 1군에서의 실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활하는 동안 김 감독께서 많이 배려해주신 기억이 난다. 마음 같아서는 내년 후반기에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감독님께서는 ‘올해는 무리하지 말고 차근차근 재활에 전념해’라고 하시더라. 그동안 배려해주신 것을 언젠가 꼭 갚을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 만났을 때 그의 침통했던 표정이 떠올랐다. 재활 중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일이다. 수술 당시에 대해 묻자 이재우는 이렇게 답했다.
“솔직히 두 번째 끊어졌다는 이야기에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외국에서는 그 수술만 3~4번 받은 사람도 있다더라. 그렇게 해서 재기한 사람도 있는데 나라고 안 되라는 법은 없지 않나. 연습생으로 데뷔해서 새벽1~2시까지 섀도우 피칭을 하던 그 초심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이재우가 재활 중인 R&C 센터에는 방출 후 테스트를 준비 중인 선수는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도 함께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 이재우는 그 후배들을 지켜보며 “내가 오히려 배우게 된다”라며 살짝 웃었다.
“재활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지 않는가. 확실히 혼자서는 재활이 잘 안 되더라. 그런데 이 곳에 와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도 있고 프로 입단 테스트를 준비 중인 후배도 있는데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그래도 나는 그 친구들에 비해 족적은 남기고 프로 구단에 적을 두고 있으니까”.
재기가 절실한 입장이었으나 이재우의 목표는 소박했다.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곳. 홈 구장인 잠실 마운드에 올라 야구공 실밥을 제대로 쥐고 타자를 향해 우뚝 서는 것이 지금 그의 목표다. ‘몇 승을 올리겠다. 팀을 우승시키겠다’라는 건강한 선수들의 목표보다 더욱 뜨겁게 다가왔다.
“공이라도 잡아봤으면. 잠실구장 마운드에 올라 글러브에 공을 쥔 손을 얹고 그렇게 서 봤으면 좋겠다. 내게 너무나 간절한 소원이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