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해고 걱정하던' 이상범, 이제는 싱글벙글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12.23 07: 18

거침없다. 안양 KGC인삼공사가 연일 승전보를 알리고 있다. 이제 선두 원주 동부와 승차는 단 1.5경기. 1위 고지가 보이는 상황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 전 많은 감독들이 KGC를 우승 후보로 꼽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16승 38패 0.296의 승률로 9위에 머물렀던 지난 시즌과 21승 7패 0.750의 승률로 2위를 질주 중인 현재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감독의 기분도 하늘과 땅 차이다. 이상범 KGC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2011년 후반기만을 바라보고 살았다. 리빌딩에 들어간 이후 그는 항상 죽을 맛이었다. 아무리 리빌딩 과정에 있는 팀이라고 해도 끊임 없이 연패 소식이 들려온다면 모기업에서 그의 감독직을 보장해줄지 미지수였던 것.

이상범 감독은 "2년 동안 바닥을 칠 때 답답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쯤 짤리려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리빌딩이라도 연패는 누구나 싫어한다. '오늘 (해고) 통보가 오려나?'라고 매일 생각했다. 경기를 하면 집중을 하긴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해고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열매를 누가 따 먹게 될까?'를 수 없이 생각했다고 한다. 분명 당시에는 KGC가 연패의 늪에 빠진 팀이었지만 2011-2012 시즌에는 도약할 팀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이 감독으로서는 연패의 불명예만을 떠안고 팀을 떠날 수는 없었다. 버티면 단 열매가 보였기 때문.
그런 마음고생 속에 큰 배움이 있었다. 바로 시즌을 치르는 노하우다. 한 경기를 잡으려다가 이후 경기를 모두 놓치는 자충수를 볼 줄 알게 됐다. 해고에 대한 압박을 버티던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을 깨친 것이다.
이 감독은 "지면서 배웠다. 1경기를 이기려다가 5연패, 6연패를 탄 적이 많다. 그리고 이기기 위해 아픈 선수를 기용하다가 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과정을 중시하자는 것이다. 이제 결과보다는 과정이 먼저다"라며 승리가 아닌 경기 내용을 우선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 결과물이 현재의 6연승이다. 그리고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던 전자랜드전 8연패의 악연도 끊었다. 선수들을 지도하고 관리, 그리고 경기를 운영하는 데 있어 이 감독은 여전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르다. 행복함 속에서 고민이라 마음이 편안하다.
이 감독은 "이제는 나와 선수들 모두가 즐겁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해서 모든 것이 즐겁다"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시즌 애써 냉정하려던 이 감독의 모습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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