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테란' 서지훈의 e스포츠 10년 발자취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1.12.23 11: 51

e스포츠 레전드 중 하나인 '퍼펙트 테란' 서지훈(26)이 2001년 데뷔 이후 10년간의 프로게이머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 때 8만명이 넘는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그가 스포츠마케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차분하지만 팬들과 e스포츠를 위해서 기상 천외한 세리머니와 거침없는 입담을 발휘했던 그는 공군 제대 이후 CJ 엔투스로 복귀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가까운 지인 중 한 명은 "(서)지훈이 자신 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다"며 서지훈의 속내에 대해 전했다.
한국e스포츠가 태동하기 시작한 2001년 초 선배 게이머 강민과 김정민의 추천으로 CJ 엔투스의 전신인 GO에 입단한 서지훈은 공군 에이스 시절을 포함해서 10년간 456전 257승 199패  승률 56.4%를 e스포츠의 레전드. 꼼꼼하면서도 강력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 덕에 '퍼펙트 테란' 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2003년 올림푸스 스타리그 우승과 2004년 WCG 우승으로 임요환 이윤열 박정석과 함께 4대 천왕으로 군림했다. 스타리그 우승 당시 우승 인터뷰에서 외쳤던 "엄마 사랑해요"는 아직도 e스포츠 팬들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서지훈은 최고 스타로 각광 받았다.

그는 의리의 사나이었다. 비기업팀이었던 GO 시절 다른 팀의 제의에도 팀을 떠나지 않으며 훗날 CJ와의 계약성사에 일조하는 등 팀에 대한 ‘의리’를 중요시하는 선수로 통하기도 했다.
 
이후 서지훈은 개인리그에서는 아쉽게도 정상에 서지 못했지만 본인이 속한 GO팀의 단체전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GO팀을 팀리그 최강의 팀으로 이끌었고, CJ 창단 이후에는 2억원의 연봉을 받으며 팀의 간판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TV인 내셔널지오그래픽도 서지훈을 취재해 80여개국 방송을 내내며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가까운 이웃나라인 대만에서도 일간지 1면에 서지훈의 방문을 기사화할 정도로 그는 e스포츠 한류스타로 대접받았다. 국내 무대에서도 팬들에게 차갑고 도도했던 이미지를 한 방에 털게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CJ 대표 선수였지만 마재윤과 변형태의 성장으로 인해 주전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고, 팀 역시 단체리그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공군 에이스를 입대를 결정하게 된다.
개인적인 기량 쇠퇴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가시밭길에서도 그는 이름값을 계속한다. 공군 시절 전방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최약체였던 공군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CJ 복귀 이후에는 플레잉코치로서 활약을 이어갔다. 코치진에서 서지훈의 가세로 인해 탄탄하기로 정평이 났던 CJ 코칭스태프는 더욱 힘을 받으며 지난 2010-2011시즌 CJ 엔투스를 정규리그 2위까지 끌어올렸다.
경기인으로서 마지막 발자취인 플레잉코치로서의 성과를 낸 뒤 그의 다음 선택은 스포츠마케터로 변신이었다. e스포츠 경기인으로 남는다면 스타플레이어에 이은 코치 감독과 같은 다소 쉬운 길을 택할 수 있었다. 선수 시절의 절반도 안되는 연봉을 받는 스포츠마케터로의 변신을 두고 그는 "새로운 도전일 뿐이다. e스포츠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팬들과 후배들을 위해 최고의 답안 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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