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과 대한축구협회가 보여준 공통점은 '소신'이었다.
신임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감독 취임 기자회견서 “대표팀을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리는 것까지가 나의 소임”이라면서 “세계와 겨루기에는 내가 여러 모로 부족하다. 본선에 가더라도 대표팀 감독직을 사양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어 “축구협회에 계약기간을 2013년 6월까지 해달라고 했다”며 “협회에서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해 아시아 최종예선까지만 국가대표팀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대표팀 사령탑은 절대적으로 외국인 감독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의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놀랐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최 감독의 예상할 수 없었던 폭탄발언에 대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목표를 한국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맞췄다. 떠밀리듯 잡은 지휘봉이지만 최선을 다해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었다.
최강희 감독의 발언은 조광래 전임 감독의 석연치 않은 경질로 불거진 사태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했던 축구협회의 '꼼수'를 여실히 드러냈다.
최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수락 전제 조건으로 '임기'를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축구협회는 밝히지 않았다. 결국 감독 본인이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월드컵 본선 참가를 포기할 만큼 현재 대표팀 감독직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물론 모두 축구협회가 자초한 일이다. 국내 지도자들이 사실상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만든 축구협회는 여전히 모르쇠 혹은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지켜낸 공약은 있다. 바로 최악의 불공정 조건인 3단계 감독론. 황보관 위원장은 감독 선임을 앞두고 지난 13일 "쿠웨이트와 3차 예선 최종전과 최종 예선, 본선에 단계적으로 사령탑을 선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종 예선까지만 대표팀 지휘봉을 잡겠다는 최 감독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이를 밝히지 않은 채 '3단계 감독 선임론'의 실행을 검토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세운 기조를 지켜내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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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황보관 기술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