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 '팩션'의 모범답안 제시했다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1.12.23 12: 24

SBS ‘뿌리깊은 나무’가 22일 종영을 맞았다.
역사 속 사실처럼 세종은 한글을 창제했고, 상상으로 창조됐던 캐릭터 소이(신세경), 채윤(장혁), 무휼(조진웅)은 한글 반포를 돕다 결국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세종은 죽어가는 적, 정기준(윤제문)에게 “백성의 힘을 믿는다”는 말로 백성을 사랑한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 10월초 첫방송을 시작한 ‘뿌리깊은 나무’는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한글을 창제, 반포했다’는 역사에 기록된 한줄에서 시작한 이야기이다. 역사책을 통해 배운 한줄의 사실에 무한 상상력을 더해, 한글 반포 뒤에 있었던 눈물과 피, 희생을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또한 그 속에 숨어있는 세종의 고뇌와 백성을 향한 마음을 담아냄으로써, 평면적 캐릭터로서의 왕이 아닌 현실 속에 있음직한 입체적인 캐릭터의 인간으로 그려내는데도 성공했다.
특히 ‘뿌리깊은 나무’의 상상력이 빛났던 부분은 해례본을 사람으로 설정했던 부분. 해례본은 훈민정음 원리와 사용설명을 담은 책으로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가 1940년에야 발견된 책이다.
당연히 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해례본을 사람인 소이로 설정,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을 선사했다. ‘팩션’으로 출발한 ‘뿌리깊은 나무’의 정수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역사 속 인물과 상상 속 인물들이 빚어내는 화음 역시 ‘팩션’으로써의 ‘뿌리깊은 나무’가 일궈낸 값진 수확이다.
세종, 태종(백윤식), 박팽년(김기범), 조말생(이재용), 한명회(조희봉) 등의 실존 인물과 소이, 채윤, 무휼, 이방지, 정기준, 개파이(김성현) 등의 가상 인물을 치밀한 이야기 구조 속에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모두가 실존인물이라고 시청자들을 믿게 했던 것.
특히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던 것은 세종의 캐릭터. 역사 속에서 많은 업적을 세운 훌륭한 왕으로만 알고 있던 국민들에게 세종이 연약함과 또는 저잣거리의 상스러움도 지니고 있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세종의 캐릭터야말로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이 훌륭한 조화를 이룬 산물이었다. 또 팩션으로서의 세종이 진정성있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한석규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방송에서 한 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했던 ‘뿌리깊은 나무’는 한 달 만에 20%의 고지를 돌파하며 재밌고 좋은 드라마는 역시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 본다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해줬다.
팩션의 모범 답안을 제시한 ‘뿌리깊은 나무’. 이같은 작품이 내년에도 나타나주길,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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