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발' 카타르 왕족, “파리에 베컴을 허하라”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1.12.23 11: 25

36세, 축구선수로는 황혼의 나이다. 그러나 데이빗 베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는 현재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과 강력히 연결되어 있고 12월 31일로 계약이 끝나는 LA 갤럭시 역시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물론 오직 축구 실력만으로 그에게 러브콜이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 뒤에는 강력한 카타르 자본의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
오일머니를 통한 카타르의 유럽 공략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올 시즌부터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에 ‘카타르 파운데이션(Qatar Foundation)’ 로고를 붙이는 데만 2억3000만 파운드(약 2640억 원)를 쏟아부었다. 또 전 세계에 방송되는 알 자지라 방송은 프랑스 리그1을 독점 방송하고 있고 UEFA챔피언스리그를 넘어 이제 프리미어리그까지 노리고 있다.
알다시피 카타르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018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음은 물론이고 지난 6월 PSG 인수 당시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과 투자 계획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정치적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카타르 축구의 미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세계 최고의 축구 브랜드라는 데이빗 베컴은 카타르로선 결코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이다. 한 마디로 월드컵을 준비함에 있어 쓸모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 카타르 축구의 이미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물론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함께 PSG 구단주를 만났던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카타르의 바람과는 달리 2018월드컵 개최지 선정 당일 미국에 한 표를 던졌고, 베컴의 파리행에 대해선 “그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이지만 만약 그가 파리로 간다면 그 이유는 축구가 아닐 것이다. 다른 정치적인 이유가 관련되어 있다”는 불편함을 표현했다.
사실 데이빗 베컴이 PSG의 성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유니폼을 얼마나 파느냐도 상관없다. PSG는 축구선수로서 베컴을 원하는 게 아니다. PSG 구단주는 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그는 전 세계의 축구대사이자 하나의 브랜드이며 축구와 관련한 모든 것의 표본이다”라고 말하며 실력보다 그의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축구도 이제 마케팅을 떠나 이야기할 수 없기에 베컴의 파리행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다. 어찌됐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손에 넣은 것처럼, 카타르는 이제 데이빗 베컴을 통해 ‘브랜드 카타르’를 다시 한 번 공고히 하려 하고 있다. 과연 그가 카타르 왕족의 바람대로 파리에 무사히 입성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nomad7981@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