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율 스탯으로는 분명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제 자리에서 언제나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여부에서 아직 확실한 점수를 얻지 못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유일한 미계약자로 남겨진 김동주(35)와 원 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는 이유다.
두산은 종무식이 있던 지난 23일 김동주와 오랜만에 FA 협상을 가졌다. 우선 협상 기간 동안 구단은 2년 보장-1년 옵션의 계약을 제시했고 김동주는 구단에서 3년을 보장해주길 바랐다. 타 팀과의 1차 협상 기간이 끝난 후 유일한 미계약자로 남겨진 김동주는 구단과 일단 3년 계약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구단 관계자는 “3년 계약 부분에서는 서로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금액 및 옵션 부분에서 미세한 사항이 남아 이를 추후 조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대개 타자의 경우 옵션은 안타, 타점 등 누적 스탯 및 경기 출장 부분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 2할8푼6리 17홈런 75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평균적인 성적에 다소 못미치는 기록을 남긴 김동주. 그는 1998년 전신 OB 입단 이래 통산 3할1푼 270홈런 1061타점을 기록하며 부동의 4번 타자로 활약했다.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구축된 우-동-수 트리오의 한 축이었으며 10여 년이 지난 현재는 김-동-석 트리오의 중심축 노릇을 했다. 그동안의 경기 공헌도에 있어서는 분명 대단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러나 FA 계약은 노후 연금이 아니다. 한 팀에서 오래 뛴 선수의 경우 그 공헌도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으나 그 선수가 앞으로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쳐줄 것인지 기대감이 더 크게 반영된 것이 바로 FA 계약이다. 선수들도 이를 알고 있기에 더 좋은 계약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한다.
2007시즌 후 두산과 1년 7억 원 단 년 계약을 맺었으나 사실상 4년 계약이었던 김동주의 1차 FA 성적은 444경기 3할9리 74홈런 332타점이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고 매 시즌 100경기 이상을 소화했으나 잔부상이 많았다는 점은 옥의 티로 남았다.
2009시즌 3할5푼3리의 고타율을 기록했으나 팔꿈치 부상, 종아리 부상 등으로 28경기에 완전 결장한 동시에 중도 교체되는 경우도 많았던 김동주는 그 해 간신히 규정타석(412타석)을 채웠다. 당시 김경문 전 감독은 주전들의 잇단 부상 속에서 4번 타자 김동주의 부재가 잦았던 데 대해 “타선의 중심축이 흔들려 한 시즌 나기가 쉽지 않았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두 시즌 동안은 결국 부상으로 인해 3루 출장보다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던 김동주다.
선수 본인은 “다음 시즌 반드시 3루수로 명예회복 하겠다”라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계약 주체인 ‘갑’의 입장에서는 '을'의 최근 성적과 모습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다음 시즌 김동주의 우리 나이는 서른 일곱. 단순한 비율 스탯이 아닌 한 시즌 출장 경기 수와 타석, 안타, 타점 등 김동주가 건강할 경우 달성할 수 있는 누적 스탯에 따른 옵션 조건을 걸 수밖에 없는 두산의 입장이다.
김동주 또한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선수다. 아직 주포로서 가치가 확실하다고 믿는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건강이 기본 전제가 되는 옵션이 달갑지만은 않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동시에 옵션이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3년을 보장한다는 데 합의점을 찾았으나 김동주와 두산의 계약 협상이 의외로 길게 갈 수도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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