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미지수, SK 2012 선발진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12.24 07: 41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선발 투수가 없다."
내년 시즌 SK 와이번스를 바라보는 한 야구인의 말이다. 그만큼 2012시즌 SK는 가장 축이 돼야 하는 선발진 구성부터 애를 먹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투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데 마운드를 제대로 꾸릴 수가 없다"는 이 감독은 "특히 선발 투수는 머리가 아프다.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SK 마운드는 '벌떼'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만큼 중간 투수들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 특히 2011시즌은 정도가 심했다. 선발이 거둔 승수(33승)보다 중간 투수들이 나눠 가진 구원승(38승)이 더 많았다. 이닝 역시 '579⅔ 대 612⅔'으로 선발보다는 불펜진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았다.

8승을 거둔 송은범이 팀내 최다승일 정도였다. 2006년 이후 5년만에 10승 투수가 사라진 SK다. 13명이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시즌 내내 꾸준하게 선발 임무를 수행한 투수가 전무했다.
내년 SK 선발진은 어떨까. 이 감독은 선발 투수가 되도록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야구를 추구하려 한다. 때문에 대행시절부터 "선발이 최대한 많이 던지게 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물론 SK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계산이 서는 선발 투수가 한 1명도 없기 때문이다.
▲심각한 누수…확실한 선발 전무
우선 기존 선발 투수들의 수술로 인한 누수가 심각하다.
송은범은 지난 15일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한 상태다. 개막전 합류가 쉽지 않다. 고효준은 뼛조각 제거에 이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했다. 입대를 앞두고 있다. 전병두는 왼팔 회전근 수술로 내년 전력에서 제외됐다.
엄정욱은 지난달 초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후 재활 중이다. 시즌 후반과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마무리 능력으로 내년 시즌 뒷문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기대를 모은 문광은 역시 뼛조각 및 인대접합 수술을 해 입대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난 11월 한 달 동안 플로리다 베로비치에 마무리 캠프를 실시했다. 여기에 참가한 투수는 모두 14명. 이 중 1군에서 단 1경기라도 선발로 뛴 경험이 있는 투수는 6명 뿐이다. 김광현을 비롯해 이재영, 이영욱, 윤희상, 신승현, 윤길현 등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어깨 통증으로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다. 에이스지만 아직 내년 확실한 승수를 보장할 수 없는 단계다. 이재영은 2008년 이후 선발 경험이 전무한 상태다. 신승현과 윤길현은 군 제대 후 아직 제 기량을 낼지 확실치 않다. 이영욱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윤희상 정도가 기대 이상으로 잘했고 좌완 김태훈의 성장이 눈에 띈다. 중간 불펜 박희수가 선발 전환을 노리지만 불펜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신인 2명(문승원, 임치영)은 당연히 미지수다.
▲믿을 건 외국인 투수 뿐이지만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SK의 성공 중 하나는 외국인 선발 투수였다. 2007년 레이번과 로마노, 2008년 레이번, 2009~2010년 글로버와 카도쿠라. 올해 SK는 글로버, 매그레인, 고든 3명의 투수가 있었다. 글로버는 시즌 초반 나쁘지 않았으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매그레인은 함량 미달로 퇴출됐다. 그나마 고든이 제 몫을 해내는가 했지만 5이닝 선발에 그쳤다.
토종 투수들이 확실치 않은 만큼 외국인 투수에 대한 선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SK다. 일단 SK는 지난 15일 재계약을 포기한 글로버 대신 푸에르토리코 출신 우완 투수 마리오 산티아고(27)와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로 총액 30만 달러.  
산티아고는 우완 정통파 투수로서 최고 구속 150km초반대의 직구를 중심으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당연히 산티아고가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본기가 잘돼 있고 전체적으로 볼이 낮으며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이다. 기량이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지고 있으며 한국야구에 빠른 적응력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하고 처음 겪는 리그에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는 고든과 재계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오는 12월말까지 재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 편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물색 중이다. 산티아고보다는 높은 급의 투수를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결국 현재 SK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단 1명의 선발도 자신있게 내세울 수 없는 입장이다. 성준 투수 코치가 얼마 전 납회식에서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데 내년 SK 마운드는 위기"라고 선언한 것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뜻도 된다"는 당시 성 코치는 "누구든 빈자리를 박차고 들어와 박힌 돌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 경쟁의식을 불어넣은 바 있다.
과연 2012시즌 SK 선발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