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결산] 오락가락 축구협회 행정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1.12.24 08: 20

 올 시즌 대한축구협회는 여러 가지 행정적 물의를 빚으며 도마 위에 올랐다. 협회의 손발이 맞지 않는 움직임은 내부적으로도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드러난 협회의 문제점들을 되짚어 본다.
▲ 대표팀 차출 문제로 인한 갈등
지난 5월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회택 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말 그대로 갈등을 겪었다. A 대표팀 선수 차출과 관련된 문제였다. 수면 아래 가라 앉아 있던 문제를 밖으로 끌어낸 것은 수장이던 조 전 감독. 세르비아-가나전을 앞두고 조 전 감독은 선수 선발에 있어 감독 고유의 권한을 기술위원회가 침해했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시 기자회견을 갖기 전 이회택 전 위원장이 이끄는 기술위가 감독의 권한을 침해했고 몰상식한 행위까지 했다는 것. A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어 극에 달했다.
하지만 축구협회와 기술위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저 눈 가리고 아웅인 식. 현재 당면한 문제만 해결한다면 다음 문제는 추후로 미뤄놓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대표팀 수장이었던 조 전 감독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있던 상황이라 급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전 위원장과 힘싸움을 펼쳤다.
결국 이회택 전 기술위원장은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러나 행정적인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조광래 감독 깜짝 경질
11월 10일 대한축구협회는 이회택 기술위원장의 사임과 동시에 황보관 기술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조광래호가 UAE-레바논과 중동 2연전을 바로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지만 어쨌든 황보 위원장이 새롭게 기술위원장을 맡았다.
황보관 위원장은 부임 후 한 달 만에 조광래 감독을 경질했다. 갑작스런 감독의 경질 보도가 나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축구협회 정관에 의하면 기술위원회가 결정해야 하는데 황보관 위원장은 회장단과 자신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관에 기록된 규정대로 한 것이 아니라 동네 조기축구회 보다 못한 행정력을 보였다. 그렇게 되면서 축구계의 파벌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스폰서 외압설 등 밀실행정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축구협회의 수장인 조중연 회장은 기자회견도 마다했고 대신 경질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진국 전무는 '행정직'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 냈을 정도였다. 부적절한 일처리로 인해 축구계는 혼란에 빠졌다.
▲ 횡설수설 신임 감독 선임
조 전 감독의 경질 후 후임 감독이 누가 되느냐에 촉각이 곤두섰다. 황보관 위원장은 올해 안에 모든 일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많았고 어려움은 그대로 나타났다.
해외 명장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말에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 펠리페 스콜라리(브라질) 세뇰 귀네슈(터키) 등 세계적 명장들이 자천 타천으로 한국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귀네슈 감독이 사실상 고사하면서 일은 틀어졌다.
여러 가지 옵션을 만들지 못한 축구협회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다. 그나마 밀싱행정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요식행위는 했다. 기술위를 서둘러 만들어 상견례를 가졌다.
이어 조중연 회장이 KFA 시상식에서 감독 선임이 금명간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최강희 전북 감독이 임명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행정적인 과정은 없었다. 감독 선임 기자회견서 황보관 위원장은 계약 조건 등을 전혀 설명하지 못했고 그저 "이제부터 감독입니다"라는 생뚱맞은 대답을 내놨다.
또 협회의 이상한 행정 처리로 인해 외신들도 놀랐다. 세계적 명장들이 직접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모두 물리쳤다는 이야기.
감독을 선임했음에도 절차가 명쾌하지 못했다. 일년에 수 백 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단체로서 정상적인 행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10bird@osen.co.kr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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