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결산] 새드 엔딩으로 끝난 조광래식 '만화축구'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1.12.24 09: 50

2010년 여름 축구팬들의 많은 기대 속에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쥐었던 조광래 감독의 갑작스런 경질 소식은 2011년 한국 축구계의 가장 큰 이슈라고 말할 수 있다.
K리그에서 경남 FC의 돌풍을 이끌었던 국내파 사령탑으로서 어렵사리 잡은 기회였기에 급작스런 경질이 더 아쉽게 다가왔고 이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모든 논란의 출발은 경기력이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마지막 경기였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레바논전의 1-2 패배는 어떤 식으로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친선전도 아닌 매우 중요한 월드컵 예선이었고 무승부도 아닌 패배였다.

그러나 스포츠에 ‘만약’이란 말이 성립될 수 없음을 잘 알지만, 정말 만약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할 만큼 조광래호의 출발은 경쾌했다.
실제 아시안컵 이후 ‘그가 없으면 안 된다’던 박지성이 국가대표 은퇴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잘 재정비했다.
그러다 보니 희망도 보였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세르비아(6월 3일)와 가나(6월 7일)를 상대로 각각 2골씩을 뽑아내며 승리했다.
무엇보다 긍정적이었던 점은 한국축구에는 심어지기 어려울 것 같았던 정확한 숏패스 위주의 아기자기한 축구를 어느 정도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기성용-이청용을 비롯해 구자철, 이용래, 윤빛가람, 김정우 등이 꾸린 좌, 우, 중앙 미드필더 라인은 모두가 조광래식 만화축구를 구현시킬 수 있는 기본 자질을 갖춘 자원들로 채워졌다.
최전방도 마찬가지였다.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주영은 A매치에서 연달아 골을 터트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지동원과 손흥민, 그리고 마지막에 합류한 이근호까지 조광래호의 공격라인은 폴란드, 가나, 세르비아,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까지 올 한 해 우리가 만난 국가들을 상대로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문제는 수비라인이었다. 제 아무리 전술에 능한 조광래 감독이라 해도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불안요소였던 플랫4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그리고 이는 막판 부상 선수들의 속출과 함께 조광래 감독의 발등을 찍었다. 중앙의 이정수와 측면의 차두리 정도만이 붙박이였을 뿐 나머지 한 자리씩에 대해서는 실험이 계속됐다.
경험이 많고 경기력에서 물이 오른 곽태휘가 합류하며 안정감을 더 했지만, 무엇보다 서로의 호흡과 오랜 시간의 발맞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2011년의 마지막 경기였던 레바논전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있겠지만 한국축구의 핵심이던 기성용과 이청용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박주영마저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의 레바논에 무릎을 꿇었다.
요소요소 문제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결국 조광래호를 엄습한 부상 악령이 2011년 한국축구의 마지막 장면을 우울하게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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