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사자 군단의 '안방마님' 진갑용(37)을 뒷받침할 백업 포수 경쟁이 치열하다. 채상병(32), 현재윤(32), 이정식(30), 이지영(25) 등 4명의 후보가 한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인다.
국내 구단 가운데 사상 첫 아시아 시리즈까지 제패한 삼성은 성공적인 세대 교체를 통해 장기 집권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포수 보강은 시급하다. 삼성의 네 차례 정상 등극을 이끈 진갑용은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예년 만큼 경기를 소화하는 건 사실상 쉽지만은 않다. 진갑용이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백업 포수의 역할이 커졌다. 그리고 그의 계보를 이을 차세대 안방마님을 발굴하는게 삼성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채상병과 현재윤은 4명의 포수 가운데 경험 면에서 가장 앞선다. 채상병은 송구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게 흠이지만 안정된 투수 리드를 선보이며 자신의 단점을 상쇄한다. 투수들의 신망도 두텁다. 정현욱은 "채상병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걸 배우면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현재윤은 만첩한 몸놀림과 빠른 발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수 리드를 추구한다. 송구 능력 또한 탁월하다. 일부 선발 요원들은 현재윤과 호흡을 맞추길 원한다.

2005, 2006년 2년 연속 우승에 공헌했던 이정식은 병역 의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올 시즌에도 왼쪽 무릎 통증 탓에 8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다. 그는 지난달 29일 소프트뱅크와의 결승전서 선발 출장해 선발 장원삼과 환상 호흡을 선보였다. 그는 조영훈(29), 손주인(28, 이상 내야수)과 함께 자율 훈련에 참가하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상무 출신 이지영은 류중일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다. 류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이지영보다 뛰어난 포수가 있다면 데려오고 그렇지 않으면 뽑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상무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기량이 한층 나아졌다는게 중론이다. 4명의 후보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부분도 장점으로 작용할 듯.
사자 군단의 '안방 강화'라는 중책을 맡게 된 세리자와 유지 삼성 배터리 코치는 포수의 세대 교체와 관련해 "내가 삼성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충분한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다. 기대감을 갖고 육성과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명의 후보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 과연 누가 진갑용의 뒤를 받칠 백업 포수로 낙점될까. 내년 시즌 사자 군단의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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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현재윤-이정식-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