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경기에서 함누리가 많이 뛰는 편이다. 상대 주득점원도 잘 수비하고”.
신인왕 경쟁에서 밀린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감독은 궂은 일을 도맡으며 성장 중인 신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이 전체 4순위(팀 1순위)로 입단한 신인 포워드 함누리(23. 195cm)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전자랜드는 지난 24일 인천 삼산월드 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4라운드 SK와의 경기서 문태종-허버트 힐을 비롯한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73-67로 승리했다. 전자랜드는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15승 14패(24일 현재)를 기록하며 6위 창원 LG(13승 16패)와 격차를 두 경기로 벌려 놓았다.

이 가운데 함누리는 경기 중반 리드 폭에 여유가 있도록 공헌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함누리의 성적은 5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가로채기 2개. 야투 7개를 던져 2개(2점슛 1개, 3점슛 1개)만을 성공시키며 전체적인 공격 기록은 나쁜 편이었으나 그 5득점은 모두 2쿼터 SK가 추격하던 시점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또 수비에서 상대 주포 김효범을 무득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되었다.
오세근(KGC 인삼공사), 김선형(SK)과 함께 무적함대 중앙대의 중심 선수로 활약했던 함누리는 신인 지명서부터 튼실한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올 시즌 함누리의 성적은 27경기 평균 4.9득점 1.8리바운드 1.0어시스트. 오세근, 김선형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신인왕 레이스에서 밀려있으나 미래 가치로 보면 분명 다음이 더욱 기대되는 신인이다.
경기 후 유 감독은 함누리에 대해 “우리가 이기는 경기에서 함누리가 많이 뛴다. 상대 주득점원을 상대하는 선수가 함누리다”라며 칭찬한 뒤 “시즌 초반보다 나아지고 있다. 대학 시절과는 다른 수비 패턴을 빨리 습득해가는 과정이다”라고 평가했다. 대학시절 3,4번 포지션 선수들을 상대했던 함누리는 이제 상대 포인트가드부터 스몰포워드까지도 두루 막는 일꾼 노릇을 하고 있다.
함누리는 아직 신인인 만큼 공-수에서 보완할 점도 뚜렷하다. 또한 전자랜드에는 이미 비슷한 스타일의 수비를 펼치는 이현호가 있어 당장만 생각하면 포지션이 겹친다. 그러나 만약 이현호가 부상 등으로 결장하거나 슬럼프에 빠질 경우 함누리가 전자랜드 수비 시스템의 핵심 노릇을 할 수도 있는 만큼 유 감독은 함누리에게 출장 기회를 적극 부여 중이다.
“상대 1~3번과도 매치업을 시키는 만큼 미스매치 상황도 가끔씩 나온다. 함누리가 외곽슛이 나쁜 선수는 아니지만 아직 우리 공격 시스템에서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자주 나오지 않고 있다”.
‘아직은 아니다’라는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앞으로 가능성을 훨씬 더 높게 보고 있다는 것과 같다. 유 감독은 “절차탁마한다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라는 당연한 이야기와 함께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앞으로 본인이 개발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함누리가 시즌 초반 적응하느라 힘든 점도 있었으나 프로에서 하나하나 배워간다는 마인드를 갖춘 선수다. 자기 약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KT&G(KGC의 전신) 시절 유 감독은 주희정(SK)-마퀸 챈들러의 2-2 플레이 외에도 3,4번 포지션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바 있다. 그만큼 ‘유도훈 농구’에서 발 빠른 포워드는 숨은 가치가 굉장히 높다. 그래서 유 감독은 함누리의 성장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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