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선발 체제가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올해 삼성이 페너트레이스-한국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마운드 힘이 절대적이었다. 강력한 불펜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돌아간 선발진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6선발 체제에서 삼성은 선발진 평균자책점(3.88)과 투구이닝(5.69) 모두 1위에 올랐다. 불펜의 과부하를 덜고, 선발에게 책임감을 심어준 결과였다.
삼성에 앞서 KIA도 2009년 6선발 체제로 재미를 봤다. 안정된 6선발 체제로 시즌 초반 체력을 비축한 게 후반기 스퍼트를 낼 수 있었던 바탕으로 작용했다. 그해 여름 KIA는 무서운 상승세를 탔고, 12년 만에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를 제페할 수 있었다.

한국프로야구에는 5선발 체제가 일반적이다. 기본적으로 선발이 6명이나 될 정도로 투수 자원이 풍족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 6선발 체제는 선발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고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선발이 조기에 무너질 경우 엔트리 구성에 따라 불펜이 소화해야 할 몫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는 6선발 체제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8개 구단 모두 외국인선수 2명의 자리를 투수로 뽑으며 투수 자원을 최대한 늘렸다. 불펜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만큼 그 힘을 비축할 수 있는 선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시즌 중후반의 반격을 위해서라면 마운드의 힘이 안정돼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삼성은 메이저리그 10승 투수 미치 탈보트와 또 다른 외국인선수도 선발로 쓸 계획. 기존 차우찬·장원삼·윤성환·배영수·정인욱을 고려하면 충분히 6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고도 남는다. 이미 올해 6선발 체제의 효과를 봤기 때문에 내년에도 강력한 6선발 체제를 기대해 볼 만한 대목이다.
선동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KIA도 윤석민·서재응·양현종에 2명의 외국인투수와 한기주·이범석처럼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도 선발후보가 넘쳐 6선발이 가능하다. 박찬호를 영입한 한화도 양훈·김혁민·안승민 등 젊은 선발들을 키우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류현진에 외국인 투수와 함께 6선발 체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6선발 체제는 일종의 보험용 성격도 강하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거의 모든 팀들이 시즌 전에는 6선발을 생각할 것"이라며 "계획대로만 된다면 정말 복받은 시즌이다. 변수가 많기 때문에 6선발로 대비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부상자 또는 부진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6선발 체제다. 시즌 중 실행되지 않더라도 각 팀들이 6선발 체제로 시즌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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