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최다패 10걸, 전설 아닌 선수 없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2.26 06: 42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크리스티 매튜슨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승리를 통해서는 적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패배로부터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매튜슨은 1900년부터 1916년까지 17시즌동안 통산 373승 188패 평균자책점 2.13을 거둔 선수입니다. 통산 승률은 6할6푼5리로 300승을 넘은 투수 가운데는 레프티 그로브(.680)다음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명언은 실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패배는 정말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올 시즌 최다패의 불명예를 차지한 선수는 넥센의 브랜든 나이트로 무려 15패(7승)을 당했습니다. 또한 18연패라는 좋지 않은 기록을 이어오다 넥센으로 팀을 옮겨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한 심수창은 올해 2승 13패로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승률(.133)에 그쳤습니다.

투수들의 통산 성적을 살펴보면 최다패 10걸에 이름을 올린 선수 가운데 유명하지 않은 선수는 없습니다. 통산 최다패 1위는 바로 통산 최다승리에 빛나는 송진우입니다. 그는 672경기에 등판해 3003이닝을 던지며 153패(210승)를 당했습니다. 그 뒤를 김원형이 144패(134승)으로 이었습니다. 김원형은 약체 쌍방울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많은 패를 떠안게 됐습니다.
그 뒤로 등장하는 이른바 '최다패' 투수들의 이름은 쟁쟁합니다. 3위는 1992년 롯데의 마지막 우승을 이끈 염종석(133패 93승)이며 4위는 한화의 또 한명의 전설 정민철(128패 157승) 입니다. 5위는 이상목(122패 100승), 6위는 정삼흠(121패 106승), 7위는 한용덕(118패 120승), 8위는 이강철(112패 114승), 9위는 장호연(110패 109승), 10위는 김상진(100패 122승) 입니다.
이들 가운데 한 팀의 에이스가 아니었던 선수는 없습니다. 또한 통산 100승을 거두지 못한 선수는 염종석이 유일합니다. 고질적인 어깨 부상으로 숱한 수술을 겪은 염종석이 조금만 더 건강했다면 100승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사실 통산 최다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단 등판기회가 많아야 합니다. 만약 그들의 기량이 약했더라면 최다패 순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등판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최다패'가 폄하될 이유는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들 역시 수많은 패배 가운데서 성장 해왔기 때문이죠.
한 시상식에서 올해 가장 감명 깊었던 경기로 심수창이 18연패의 사슬을 끊어낸 장면을 꼽았습니다. 심수창은 그 경기를 되새기며 "1승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자신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수많은 패배로 내가 더 자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야구선수에게 패배란 분명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신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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