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투수' 박찬호의 성공 가능성과 관건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2.26 07: 00

'돌아온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8)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제 관심은 내년 시즌 박찬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넘어간다.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마흔이 되는 박찬호가 과연 통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붙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혹의 투수' 박찬호의 성공 가능성과 관건은 무엇일까.
▲ 박찬호라면 경쟁력 충분하다

역대 한국프로야구에서 우리나이 불혹에 풀타임 선발로 뛴 토종 투수로는 송진우가 유일하다. 박철순·김용수·김정수·이강철·구대성·가득염도 불혹의 투수들이었지만, 풀타임 선발투수는 아니었다. 최고령의 투수가 위력을 떨치기란 그만큼 보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박찬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박찬호는 몸 관리를 잘하고 체력이 강한 편이다. 물론 나이가 들면 한 해 한 해가 다르다. 떨어지는 폭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몸을 잘 만든다면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위원은 "올해 일본에서 2군에 머무른 게 오히려 내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무리하지 않고 적절한 휴식을 취한 게 득이라는 것이다.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박찬호는 대한민국 역사상 야구를 가장 잘한 선수 중 하나다. 전성기가 지났다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 위원은 "사실 나이가 마흔이면 선수로는 할아버지다. 하지만 지금 이 나이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레전드가 아니면 안 된다. 박찬호에게 굳이 나이를 잣대로 들어댈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이원은 "메이저리그에는 마흔살 된 투수가 많다. 박찬호는 미국에서 마흔살 투수들 틈에서 야구를 해온 선수다. 몸 관리도 잘 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기대했다. 최고령 투수 출신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도 "찬호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좋은 선수들을 보며 노하우를 많이 쌓았을 것이다. 훈련도 참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부상만 없으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 노장 투수에게 필요한 것은
 
 
마흔의 노장 투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투수학 이론에 능통한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상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며 "근력을 키우기보다 몸에 탄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스트레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행동 반경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나이가 든 선수들은 무거운 것보다는 가벼운 것으로 스트레칭하듯 훈련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몸에 탄력이 유지될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며 "힘이 떨어졌다 해서 무작정 무거운 걸 들고 근력을 키우겠다는 생각보다 굳어있는 몸을 풀어줘야 한다. 선수생활을 오래 한 선수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유연성 훈련을 열심히 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타고난 유연성과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만 43세까지 활약한 송진우 코치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훈련량을 많이 늘리는 것보다 집중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내가 현역으로 뛸 때에는 단거리 러닝과 롱토스 훈련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송진우·구대성·정민철 등 노장 투수들의 체력훈련을 오랫 동안 도운 조대현 한화 트레이닝 코치도 "박찬호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로 그곳에서 오랫 동안 활약한 선수다. 보고 배울 건 배우겠다"며 "햄스트링과 허리 부상이 많았는데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분이다. 햄스트링은 완치가 없기 때문에 잠재된 부상 위험을 잘 체크할 것이다. 오랫동안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코칭스태프의 관리·기용법은
 
 
코칭스태프의 관리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나도 현역 시절에 송진우·한용덕 선배님처럼 불혹을 넘긴 투수들을 바로 옆에서 보고 많이 배웠다"며 "노장 투수들은 자기 컨트롤이 몸에 배어 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에서도 옆에서 얼마나 힘의 안배를 잘 조절해 주느냐도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 코치는 "나이 많은 투수의 경우 투구수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체력적으로 업다운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이어 "요즘에는 자료가 워낙 방대하다. 수치를 쭉 나열해 보면 그 투수에 대한 특성이 나타난다. 이에 관한 메뉴를 잘 짜서 감독님께 드릴 것이다. 감독님께서 심도있게 조절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우에 따라 한화의 6선발 체제가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양훈·김혁민·안승민 등 젊은 선발 투수를 키우겠다는 방침이 확고한 것도 있지만, 박찬호가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을 등판 간격도 고려한 부분이다. 코칭스태프에서 세심하게 잘 관리한다면 '불혹의 투수' 박찬호라 할지라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찬호도 "내년 시즌 팀에 도움이 되는 베테랑 투수의 역할을 하고 싶다"며 "나이가 있고 부상 히스토리도 있다. 트레이너들과 함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짜 부상에서 벗어나는 시즌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박찬호를 향해 "부상만 없으면 충분히 통한다"는 평가와도 통하는 부분이다. 부상만 없다면 '불혹의 투수' 박찬호는 충분히 경쟁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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