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는 좌완 투수들이 지배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좌완 투수 시대가 마감됐다. 올해 좌완 투수들이 하나같이 고전한 반면 우완 투수들이 득세한 것이다.
2010년 프로야구 10승 투수는 총 13명. 그 중 8명이 좌완 투수였다. 류현진을 비롯해 김광현·양현종·장원삼·장원준·차우찬·봉중근 그리고 외국인 투수 애드리언 번사이드까지 10승 투수 대열에 올라섰다. 토종 우완 투수로는 송승준·김선우만이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게 전부였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 10승 투수는 모두 14명. 그 중 좌완 투수는 장원준·류현진·차우찬 그리고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까지 4명에 불과했다. 윤석민·김선우·윤성환·송승준·안지만이 토종 우완으로 당당히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상이었다. 2008년부터 좌완 투수 시대를 이끌었던 김광현·봉중근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다. 류현진도 11승을 올렸지만 부상 탓에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장원삼도 시즌 초반 부상으로 고생해야 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16명의 투수 중 토종 좌완은 장원준과 차우찬 단 두 명 뿐이었다.
과연 내년 시즌에는 좌완 투수들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올해 좌완 투수로 최고 활약을 한 장원준이 경찰청에 입대했지만 부상으로 고생한 선수들이 잔뜩 벼르고 있다. 한때 '빅3'로 군림한 류현진·김광현·장원삼이 가장 주목된다. 세 선수 모두 올해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각자 동기부여와 부활 징후가 확실하다. 류현진은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 시즌이고, 김광현은 자신의 건강을 증명해야 한다. 장원삼은 시즌 후반부터 완연한 구위 상승을 보였다.
차우찬과 양현종도 주목해 볼만하다. 차우찬은 2년 연속 10승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할 때다. 양현종은 갑작스런 밸런스 붕괴로 무너졌지만, '투수 조련의 대가' 선동렬 감독을 만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토미존 수술을 받고 재활하고 있는 봉중근도 시즌 중반부터 가세할 것으로 기대된다.
토종 투수 뿐만이 아니다. LG와 재계약에 성공한 주키치 뿐만 아니라 넥센이 앤디 밴 헤켄을 영입했다. 이외에도 롯데·KIA·한화 여러 팀들이 외국인 투수로 좌완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내년 시즌 토종과 외국인이 어우러진 '사우스포 시대'가 다시 한 번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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