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발동이 제대로 걸렸다. 최근 14경기, 평균득점 17.28점, 리바운드 6.5개. 고양 오리온스의 최진수(22) 이야기다. 시즌 초반 ‘자신감 결여’를 드러내며 한국농구에 대한 혹독한 적응기를 겪었지만 이제는 펄펄 날고 있다. 지난 11일 전주 KCC전에서는 올 시즌 개인 최다인 28점을 쓸어 담으며 KCC의 4연승을 저지했다.
11월11일 울산 모비스전 이전까지 평균득점 6.75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신이다. 고양 오리온스가 현재 리그 꼴찌라는 점에서 빛이 바라고 있지만 활약이 계속 된다면 신인왕 경쟁에 충분히 명함을 내밀 만하다.
시즌 개막 때만 하더라도 최진수 역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했던 그에게는 적응이 필요했다. 최진수가 그렇게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때 KGC인삼공사의 오세근(24)은 팀을 리그 1위로 올려놓았고, 서울 SK의 김선형(23) 역시 핵심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신인왕 등극 가능성을 떠나 최진수의 놀라운 활약은 한국농구에 신선한 재미를 던져주고 있다. 추일승 고양 오리온스 감독은 “미국에서 농구를 경험한 것과 한국농구는 또 다르기 때문에 애초 적응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옛날 같으면 망설이고 뺐던 것을 지금은 적극적으로 파고 든다. 스스로 자신감이 붙은 느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진수 본인 또한 “이제는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긴장도 많이 했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플레이가 전혀 안 됐다"면서 "지금은 무엇보다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고 상대에게 먹히니 계속 좋아지는 것 같다“면서 변화의 요인으로 적응과 자신감을 꼽았다.
물론 신인왕 경쟁에서 최진수는 아직 많이 뒤처져 있다. 워낙 좋은 신인들이 신인답지 않은 플레이로 한국 농구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후발주자 격인 최진수 역시 자신감 있게 한 마디를 던졌다.
“아직까지 최고는 (오)세근이 형이고, 두 번째는 김선형 그리고 그 다음이 나다. 인정한다. 하지만 나도 패기가 있고 자존심이 있다. 미리부터 진다는 생각보다는 마지막까지 한 발 더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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