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발언' 조광래 감독 송년 인터뷰 전문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12.26 15: 43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26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송년 인터뷰를 갖고 최강희 현 국가대표팀 감독을 위해 대한축구협회에 일침을 가하는 폭탄 발언을 했다. 조 감독은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선발과 관련해 외압이 존재했고, 대표팀 경기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 조광래 감독 송년 인터뷰 전문
요즘 정신이 혼란스러워 후임 감독인 최강희 감독에게 축하의 인사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뒤늦게나마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뿌린 씨앗을 거둬두지 못해 아쉽다. 그 점을 최강희 감독이 안게 되어 미안하게 생각한다. 최 감독은 평소 아끼는 후배다. 장점이 많은 지도자다. 대표팀 감독도 충분히 잘 해낼 자질을 갖고 있다. 나는 중도하차 했지만 최 감독은 성공한 대표팀 감독이 될 수 있도록 기원하겠다.

뚝심있는 후배라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회의 수뇌부가 전폭적인 힘을 실어줘야 한다.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대표팀 감독이 외부의 바람에 흔들린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 최 감독도 외압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부끄러운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지만, 외압은 존재했다. 3명의 협회 수뇌부가 한 선수의 대표팀 발탁을 요청했다. 선수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거리가 멀었다.
상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 또한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 선수에게 눈길을 주고 코치들과 논의도 했다. 소속팀 감독과도 상의해 상태를 점검했다. 그러나 모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아직은 아니다"였다. 대표팀으로 발탁하기에는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는 평가였다. 그런 상황에서 외압과 타협할 수는 없었다.
딱 한 번 눈 감고 뽑아 줄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아니다. 누군가가 추천은 할 수 있지만, 면밀한 평가로 최종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원칙과 소신이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는 없다. 한 명이 두 명, 세 명이 될 수 있다. 대표 선수 선발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컨디션과 경기력, 전술 이해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코치들과 토의해 최대 공략수를 도출해야 한다. 기술교육국장을 겸직하는 황보관 기술위원장도 잘 알고 있는 문제다. 그 선수를 추천할 때 옆에 있었다. 그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 선수를 뽑지 않은 후 협회의 시선이 더 차가워졌다. 이후에는 협조도 잘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달 UAE와 레바논 원정에 앞서 기술위원회에 3차 예선 최종전 상대인 레바논과 쿠웨이트전 경기 분석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협회는 난색을 표했다. 당시는 UAE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고, 시간이 촉박해서 더 이상 요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예선 일정을 보면 레바논과 쿠웨이트의 전력 분석은 필수불가했다.
또 중동 원정 2연전에 경고 누적과 부상을 대비해 25명의 선수로 원정단을 꾸릴 계획을 짰다. 변수가 많아 23명에서 2명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협회에서 거부해 그 계획은 무산됐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기성용이 장염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걱정했던대로 박주영은 UAE전에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레바논전에 뛰지 못했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코칭 스태프의 연봉 문제는 상식적으로 보면 된다. 계약 기간이 존재했고, 파기한 것은 협회다. 일방적으로 파기한 쪽에 문제가 있다. 코칭 스태프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 할 경우 재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전 소속팀에서 잔여 연봉을 주는 것이 계약의 필요성이다. 가마 코치는 외국인이라 차별을 받고 있다. 박태하와 서정원 코치는 새로운 팀이 생겨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이치에 맞지 않는다.
계약을 파기한 협회가 책임을 지고 새 직장을 알선해 준 것도 아니다. 박태하 서정원 코치의 능력이 출중해 새로운 팀을 찾았다. 잔여 연봉을 문제 삼는 것은 신의의 문제다. 감독을 버린 후 죄없는 코치들까지 짓밟는 것 같아 억장이 무너진다. 특히 박태하 코치가 잔여 연봉을 해결하기 위해 김진국 전무와 면담했을 때 퇴임 기자회견에 코치들이 함께 한 것에 불쾌해 해 "왜 참석했냐"고 따져 물었다. 결국 지금의 연봉 문제는 코치들에게 괴씸죄를 묻는 것이 아닌가 안타깝다.
축구협회에 계신 선배들께 미안하지만 감독을 경질하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본다. 내 심정은 혼란스럽다. 현재의 심정으로는 지도자 생활을 했던 나의 열정이 무상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존심이 더 상해서 이야기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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