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선수 선발 외압에 전력 분석 비협조...사실인가?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12.26 16: 27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극에 달했다.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26일 서울 모처에서 가진 송년 인터뷰에서 대표팀 감독 당시 협회의 말도 안되는 행위들이 있었다며 다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아 최강희 현 국가대표팀 감독이 소신껏 대표팀을 운영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조 감독은 "부끄러운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지만 외압이 존재했다. 3명의 협회 수뇌부가 한 선수의 대표팀 발탁을 추천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거리가 멀었다. 요청이었지만 상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며 선수 선발에 외압이 존재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조 감독은 수뇌부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해당 선수를 지켜보기는 했지만 대표팀에 들어올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 조 감독은 "코치들과 논의도 했고 소속팀 감독과도 상의해 상태를 점검했다.그러나 모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아직은 아니다'였다. 대표팀에 발탁하기에는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는 평가였다"며 "황보관 기술위원장도 당시 추천을 받을 때 옆에 있었지만 그 또한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후였다. 조 감독이 협회 수뇌부의 요청을 거절한 데에 대해 보복인지 알 수는 없지만 협회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는 것.
조 감독은 지난달 대표팀의 중동 원정 2연전을 앞두고 25명의 선수로 원정단을 협회에 꾸릴 것과 3차 예선 최종전 상대인 쿠웨이트전 경기 분석을 협회에 부탁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No'였다. 협회는 예산 문제를 빌미로 조 감독의 요구를 묵살했다고 한다.
조 감독은 "해당 선수를 뽑지 않은 후 협회의 시선이 더 차가워졌다. 이후에는 협조도 잘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레바논 원정에 앞서 기술위원회에 최종전 상대인 쿠웨이트에 대한 경기 분석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협회는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수가 많아 23명의 선수단을 25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협회에서 거부해 계획이 무산됐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기성용이 장염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걱정했던 대로 박주영은 경고누적으로 레바논전에 뛰지 못했다"며 당시 아쉬움을 전했다.
조 감독의 말이 사실이라면 협회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마치 조 감독이 동반자가 아닌 대상처럼 반응했다. 최종 예선행이 달린 중요한 경기에서 대표팀을 돕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협회가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과 마찬가지다. 협회는 예산 부족을 근거로 내세웠다지만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돈을 굴리는 조직에 어울리는 이유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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