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축구계 수장의 직접 해명이 필요한 때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1.12.26 16: 21

2011년의 마지막 달 한국 축구는 혼돈의 연속이다.
전임 대표팀 감독의 경질에서부터 후임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잇달아 구설수에 올랐던 대한축구협회가 이번에는 선수 선발권에 대해 협회 수뇌부가 외압을 넣었다는 조광래 전임 감독의 주장으로 다시 한 번 코너에 몰렸다.
조광래 전 감독은 26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한 송년 모임에 참석해 “대표팀 감독 재임 시절 모 선수의 대표팀 선발과 관련해 협회 수뇌부 3명으로부터 외압을 받은 적이 있고, 3차 예선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레바논전을 준비하며 기술위원회에 전력 분석을 요청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선수 선발권에 대한 간섭’과 ‘전력분석 거절’,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을 지원해야 할 의무를 가진 기구라는 점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될 두 가지 과오를 모두 저지른 셈이 된다.
선수 선발권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감독이 소신껏 팀을 지휘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권리인데 그것을 망각하고 손을 뻗쳤다면 협회 수뇌부가 구시대적 발상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조 감독의 주장과 달리 외압이 없었다면 조중연 회장이 직접 해명할 필요가 있다. 축구계가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동안 조 회장은 한국축구의 수장으로서 단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어려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만큼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 역시 스스로 질 줄 알아야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 해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나와 해명해야 되는 게 21세기 세상이다.
뒤에서 모든 걸 관망하면서 대리인을 내세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수장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또 그렇게 하기엔 대한축구협회라는 조직이 너무 클 뿐 더러 지금은 그래도 되는 시대 또한 아니다.
한국 축구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 의혹이 제기됐으면 해명이 뒤따르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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