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동장군이 몰아쳤지만 성공을 향한 그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빅보이' 이대호(29, 오릭스)가 일본 무대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모교에서 구슬땀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오른손 거포 갈증에 시달렸던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이대호가 일본 진출 첫해부터 잘 적응해 4번 타자이자 주축 선수로서 활약해주길 바란다"고 그의 선전을 기대했다. 이대호 또한 "감독님의 기대를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지난 26일 오후 1시께 경남고 야구장에 도착한 이대호는 이종운 감독을 비롯해 경남고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나눈 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 입고 산행과 왕복 달리기로 땀을 흘렸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을 만큼 훈련의 강도는 높았다. 그동안 오른쪽 발목 통증에 대한 부담 탓에 제대로 뛰지 못했던 이대호는 전력 질주를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이대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금은 아주 좋다"고 함박미소를 지었다. 롯데의 사이판 1차 캠프에 참가할 예정인 이대호는 러닝 훈련의 비중을 늘릴 예정. 그는 원정경기 룸메이트였던 정훈(24, 롯데 내야수)과 함께 캐치볼을 소화한 뒤 모교 후배들과 함께 펑고 훈련을 받았다. 오릭스의 전훈 캠프 합류를 앞두고 혹독한 감량 프로젝트를 소화 중인 이대호는 훨씬 날렵해진 수비를 선보였다. 그는 "3루수로도 손색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수비 훈련을 마친 뒤 방망이를 잡았다. 가벼운 토스 배팅으로 타격감을 조율한 뒤 프리 배팅을 통해 괴력을 발휘했다. 그의 타구는 새까맣게 날아갔다. 이대호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모교 후배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정훈에게 토스배팅을 올려주며 훈련을 도왔다. "방망이는 나보다 낫다. 마산에서 용났네". 이대호는 후배 기살리기에 열을 올렸다. 정훈은 더욱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선배의 칭찬에 화답했다.
이날은 아내 신혜정 씨와의 2번째 결혼기념일. 이대호는 야구부 숙소 2층에 마련된 휴게실의 컴퓨터를 이용해 맛집 검색에 나섰다. 만삭의 아내가 불편하지 않게끔 꼼꼼히 살펴봤다. "장미꽃 한다발과 편지까지 준비한다면 아내가 좋아하지 않을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이대호는 이 감독과 전 코치에게 인사를 건넨 뒤 집으로 향했다. 이대호는 "오늘은 결혼기념일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은 쉴 예정이다. 내일부터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감독은 "이대호의 도전하는 자세가 아름답다.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체중도 많이 빠졌다.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큰 것 같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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