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동부와 KGC 수비 성향은 정반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2.27 06: 55

"동부를 상대로 세트 오펜스를 펼쳐서는 이기기가 힘들다".
상대의 강력함을 인정하면서도 이야기 속에는 두껍고 탄탄한 선수층에 대한 자신감이 숨어있다. 이상범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이 선두 원주 동부와의 수비력 비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KGC는 지난 2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경기서 80-63 승리를 거뒀다. 4쿼터 초중반까지 접전 양상이었으나 상대보다 더 나은 뒷심을 발휘하며 승기를 잡은 KGC는 8연승을 달리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전적은 23승 7패(26일 현재)로 선두 동부(25승 6패)와 한 경기 반 차 2위다.

특히 이날 KGC는 1쿼터부터 5명의 선수들이 마크맨을 전방위로 따라붙는 풀코트 프레스를 펼치는 경기 모습을 보여줬다. 백코트진을 책임지는 김태술과 박찬희, 이정현이 번갈아 코트에 들어서고 양희종과 김성철이 3번 포지션에 나서 자신이 수비해야 할 선수들을 막아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 오세근과 로드니 화이트는 김민수와 아말 맥카스킬을 번갈아 수비했다.
유도훈 현 전자랜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전신 KT&G 시절도 그렇고 KGC는 발 빠르게 움직이는 협력 수비를 중시했고 그 수비가 잘 펼쳐졌을 때 좋은 경기로 이어졌다. 또한 선두 순항 중인 동부는 TG 삼보 시절부터 상대를 질식시킬 정도의 강력한 수비로 유명한 팀이다. 좋은 수비를 펼치는 두 팀이 선두권을 형성하는 만큼 포커스는 수비로 쏠렸다.
경기 후 인터뷰서 이 감독은 동부의 수비와 비교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이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풀코트 프레스다. 앞 선의 가드진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동부는 3명 장신이 펼치는 골밑 수비가 강하다. 그래서 동부를 세트 오펜스로 상대하면 이기기 힘들다".
동부는 김주성을 필두로 로드 벤슨-윤호영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골밑을 물샐 틈 없이 지킨다. 매치업 상대에 비해 신장과 힘에서 밀리는 경우가 드문 만큼 상대가 이들을 뚫기는 쉽지 않다. 동부가 선두 자리를 지키는 데는 야전사령관 박지현이 기량 만개 중인 데도 이유가 있으나 기본 수비가 워낙 좋다는 점이 크다.
"동부와 우리의 수비 성향은 정반대다. 우리는 1쿼터부터 백코트진이 먼저 나서 압박하는 스타일이라 공격 시간에 쫓기는 공격을 유도한다. 1쿼터에는 상대도 힘이 있기 때문에 버티면서 넘어가지만 3,4쿼터에서는 상대 앞 선에서 체력이 떨어져 우리에게 기회가 오는 경우가 있다. 백코트진에서 선수들을 돌려쓰기 때문에 경기 후반 승률이 좋은 것 같다".
이 감독의 자신감이 숨어있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동료 박찬희와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이정현이 올 시즌 식스맨으로 출장 중이지만 기량 면에서는 주전 선수로 손색이 없는 만큼 김태술-박찬희 가드진을 경기 중 박찬희-이정현 또는 김태술-이정현으로 바꿔놓아도 수비 면에서는 큰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박찬희가 포인트가드 노릇까지 할 수 있는 데다 원래 포지션이 스몰포워드인 이정현의 신장은 189cm로 상대 2번에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돌려써서 승률이 좋다'라는 이 감독의 이야기가 자신감의 한 표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 감독은 100% 만족하지 않았다. 비시즌 대표팀 소집으로 박찬희-양희종-오세근 주전 3명의 훈련량이 많지 않았다. 전략의 기본이 되는 도움 수비의 회전률 속도가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한 듯 했다.
"아직 우리가 제대로 모인 지 두 달 남짓이다. 도움 수비 가담 때 로테이션-콤비네이션 수비가 안 되다 보니 상대에게 득점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부상을 떨치고 돌아온 화이트가 이제 조금씩 팀 플레이에 적응하고 있으나 족저근막염을 앓고 있는 신인 오세근의 체력 소모도가 높은 편이다. 그만큼 상대 골밑 요원의 포스트업 시 1~3번 선수들이 공을 가로채고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수비 가담이 중요한데 아직 100% 전략만큼 돌아가는 편은 아니라는 것이 이 감독의 대답이었다.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이 감독은 우열을 이야기하지 않고 "수비 성향이 정반대"라는 답을 꺼냈다. 이 감독의 이야기에서 팀 플레이를 중시하는 감독의 성향과 리빌딩을 끝내고 최상위권을 향해 가는 선수단에 대한 감독의 은근한 자신감을 알 수 있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