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이대호의 일본 진출에 롯데 자이언츠 2루수 자리도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2008년부터 올 시즌까지 조성환(35)은 롯데 주전 2루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작은 부상 속에서도 117경기에 출전한 조성환은 114경기에서 선발 2루수로 나섰다. 특별히 부상이 있지 않으면 롯데의 2루는 조성환의 몫이었다.
그렇지만 내년은 조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나며 빈 1루 공백을 박종윤과 조성환으로 채울 계획이다. 일단 주전 1루수는 박종윤으로 가지만 좌완 투수가 선발로 등판 시에는 조성환이 선발 1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조성환은 팀 사정상 2루를 비우는 경기가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조성환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롯데 2루수 자리는 다른 선수들에 출전 기회가 조금씩 더 돌아가게 된다. 양 감독은 "조성환이 1루수로 출전하는 날 누가 2루수로 들어갈 지는 아직 예측하긴 이르다. 스프링캠프를 지나면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손용석, 정훈, 신본기 등이 후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서도 양 감독은 신인 신본기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코칭스태프들이 신본기를 많이 칭찬하더라"면서 "일단 신본기는 2루수, 3루수, 유격수 등 내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선수"라고 언급했다. 기본기가 뛰어난 선수인 만큼 2루에 국한되지 않고 내야에 구멍이 생기면 전천후로 활약할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손용석과 정훈도 언제든 2루수로 나설 수 있는 후보다. 지난 6월 조성환이 허리 부상으로 결장한 사이 두 선수가 주로 2루수 공백을 채웠다. 올 시즌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 수는 각각 손용석이 5경기, 정훈이 8경기에 이른다. 특히 정훈은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타율 3할5푼 3홈런 8타점으로 한 방을 보여줬다. 또한 6월 17일 목동 넥센전서는 그라운드 홈런을 만들어내며 빠른 발까지 과시했다.
하지만 조성환은 결코 주전 2루수 자리를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1루수를 보는 건 팀 사정 때문이지 결코 2루수에서 밀린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만약 2루수 자리를 놓칠 정도면 1루수도 못 본다.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겠다. 그래서 열심히 훈련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은 잔부상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내년엔 자존심 회복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조성환이 '주연'을 책임지던 롯데 2루수 자리는 내년 시즌 변동이 불가피하다. 제 자리를 지키려는 조성환과 출전 시간을 늘리고자 노력하는 후보들의 각축전을 앞둔 2루. 과연 내년시즌 여러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며 '공동경비구역'이 될 것인지, 아니면 조성환이 건재를 과시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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