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낀 한대화 감독, "삼성? 미디어데이 때 보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2.27 09: 59

"요즘 모자 참 자주 씌워주는구먼".
한화 한대화 감독은 요즘 바쁘다. 12월에만 입단식을 3번이나 치렀다. 12일 김태균을 시작으로 20일 박찬호 그리고 26일 송신영까지 보름간 3명의 선수 입단식에 참석해 옆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 2009년 말 한화 지휘봉을 잡은 뒤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던 한 감독은 "요즘 모자를 자주 씌워준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 한화를 경계하는 팀들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최초로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아시아시리즈를 제패한 삼성이 대표적이다. 삼성이 올해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뒤진 팀이 한화인데 9승10패로 표면상으로는 1경기차지만, 중요한 고비 때마다 한화에게 발목이 잡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중에도 "한화가 제일 무섭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최근에도 류 감독은 "김태균·박찬호·송신영을 영입한 한화의 전력 보강이 가장 잘 된 것 같다"며 잔뜩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유독 약점을 보인 한화의 전력이 강해졌으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한화 한대화 감독은 철저하게 말을 아꼈다. 삼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알듯 모를듯한 미소만 지어보였다. 그러고는 "내년 미디어데이 때 말하겠다. 그때까지 기다려달라"며 웃어보였다. 한 감독은 목구멍까지 넘어온 말을 가까스로 삼키며 내년 시즌에 대한 강렬한 의지의 발톱을 감췄다.
올해 패권을 차지한 삼성은 내년 시즌 나머지 7개팀들이 넘어서야 할 산이다. 한화도 4강 그 이상을 목표로 전력을 정비하고 있다. 특히 삼성에서 타격·수석코치로 6년을 보낸 한 감독은 삼성 선수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 올해 삼성에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도 적재적소 선수교체가 통한 결과였다.
삼성과 한화는 신흥 라이벌이 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삼성에서는 이승엽, 한화에서는 김태균-박찬호가 해외에서 돌아왔다. 그들의 맞대결만으로도 굉장한 흥미요소를 끄는데 올 시즌 묘한 천적 관계를 통해 이 같은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과연 내년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한 감독이 삼성을 향해 어떤 말을 할까. 스프링캠프·시범경기를 통해 팀 전력을 얼마나 가다듬느냐에 따라 한 감독의 멘트 강도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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