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올해의 인기, 내겐 인간승리!” [2011 핫피플②]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1.12.27 14: 18

올해 가요계를 논할 때, MBC ‘나는 가수다’를 빼놓을 수 있을까. 경연 재도전, 음원판매, 악플 등 연예계를 뒤흔든 잡음들도 숨은 고수의 노래 한 곡이면 눈 녹듯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 2011년은 그 어느 때보다 ‘노래’의 힘을 확신할 수 있는 한해였다. 그래서 OSEN이 선택한 핫피플, 슈퍼주니어에 이은 그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김범수다.
김범수의 목소리는 연이은 연말 공연 준비로 크게 잠겨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올 한해가 얼마나 행복했고, 또 감사했는지가 절절하게 묻어났다.
“요즘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있는데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있었어요.(웃음) 늘 호사 누리던 사람이 ‘오래 좀 더 잘됐네’ 이러는 게 아니라, 정말 저한테는 TV에서나보던 인간 승리의 순간이 찾아온 거예요. 2011년, 절대 잊을 수 없죠.”

그는 ‘나는 가수다’ 출연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때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일단 결정을 내린 후에는 원 없이 달려왔다.
“저는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굉장히 크게 고민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막상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올인하거든요.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뭘 얻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그냥 이 프로그램이 날 필요로 하고, 나도 이 프로그램에서 뭔가 할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죠. 결과적으로 보면 ‘나는 가수다’가 한쪽으로 치우쳐있던 가요계에 다양성을 확보해주고, 저 같이 활동 영역, 기회가 많지 않았던 가수들에게 기회가 준 것 같아요. 물론 후폭풍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그래도 첫 녹화 끝나고 어느 정도 파장은 있겠다고 생각은 들더라고요.(웃음) 이후론 그냥 열심히 했어요.”
김범수는 올 한해 세 가지 장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잊을 수 없는 순간, 그 첫 번째는 ‘나는 가수다’ 잔류를 결정하던 그 순간이다.
“‘나는 가수다’가 처음에 몸살을 많이 앓았잖아요. 그 와중에도 제가 정말 놀랐던 건, 제가 부른 ‘제발’이라는 노래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있더라고요. 프로그램은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이었고, 저도 너무 부담스러워서 하차하려던 참이었는데요. 차트를 보니, 대중은 이런 노래를 기다리고 계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희망을 봤어요. 그 노래를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때 그 순간이, 저한테는 가수로서 상당히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제발’은 지난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음원이었다. ‘김범수 시대’의 막을 올린 곡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범수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모두가 진지하게 음악에 올인하던 그 프로그램에서, 김범수는 과감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비주얼가수’의 시작이었다.
“‘님과 함께’ 무대도 잊을 수 없죠. 제가 늘 머릿속으로 ‘이런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어요. 한을 풀었죠. 보통 가수는 대중을 위해 노래하잖아요. 그런데 그 무대만큼은 저를 위한 무대였던 것 같아요. 프로가수로서 ‘날 위한 가수였던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그 무대를 저를 위해 노래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화려하고 코믹한 퍼포먼스에 김범수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어우러진 ‘님과 함께’는 국내 대중에게 ‘화끈한 무대 매너란 이런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노래 도중 삽입한 ‘겟 올라잇’은 김범수를 대표하는 유행어가 됐다. 한때 외모가 앨범 판매량을 떨어뜨린다며 TV 출연도 자제했다는 그가, 이제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인기는 곧바로 공연업계로 이어졌다. 지난 8월 ‘2011 김범수 콘서트-겟올라잇 내가 범수다’를 개최했는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 꽉 찬 것이다. 데뷔 13년만의 일이었다.
“1만명을 모시고 공연을 했는데요. 저 혼자선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공간이었거든요. 그런데 제 앞에, 관객 분들이 가득 차 있는 걸 보고는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늘 꿈꿔왔던 일이 눈 앞에 벌어진다는 생각에, 공연 내내 집중이 안 될 정도로 벅차고 감동했던 기억이 나요. 너무 흥분해서 앞뒤 안가리고 하다가 무대에서 떨어지기까지 했죠. 사실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타박상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었어요. 올해는 불행도 불행이 아닌 것 같아요.(웃음)”
새해에는 미국 투어가 예정돼있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달콤한 휴식도 계획 중이다. ‘대세’가 됐을 때 신곡을 마구 쏟아내는 게 가요계 관례지만, 그는 천천히 쉬어갈 예정.
“미국 순회 공연이 끝난 후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해요.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쉬느냐고 하는 분도 계신데, 저는 ‘나는 가수다’를 하기 위해 가수가 된 게 아니라 앞으로 50년동안 노래 하기 위한 가수니까요. 3~4개월 쉬는 게 제 50년에 그리 큰 휴식은 아닐 것 같아요. 아직 정확한 계획은 없는데, 배낭 여행 해보고 싶어요. 다녀와서 하반기엔 새 앨범 준비해야죠. ‘김범수 어디갔지?’ 하실 때 쯤에 돌아올 겁니다.”
물론, 내년에도 ‘비주얼 가수 김범수’는 계속된다.
“제가 비주얼 꾸미고 신경 쓴다고 해서 지켜지는 건 아닐 것 같고요. 제 내면을 열심히 가꾸고 노래 열심히 하는 게 ‘비주얼 가수’를 지켜나가는 길 아닐까요. 하하!”
rinny@osen.co.kr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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