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부산으로. 그리고 또다시 인천으로. 베테랑 잠수함 두 명이 일으킨 물보라에 전도유망한 외야수는 사상 첫 리턴픽 보상선수가 되었다. 20일의 시간을 두고 두 번의 이적을 경험한 임훈(26. SK)의 이야기다.
SK는 27일 롯데로 이적한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33)의 보상선수로 외야수 임훈을 지명했다. 공교롭게도 임훈은 지난 7일 롯데에서 SK로 적을 옮긴 사이드암 임경완(36)의 보상선수로 지명되어 롯데로 이적했던 바 있다.
2004년 SK에 지명된 뒤 현역병으로 군복무하는 우여곡절 속에서 기량 성장세를 보였던 임훈은 올 시즌 93경기 2할6푼6리 24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으나 박재상-김강민의 부상 여파로 힘겨웠던 SK 외야진에서 힘을 보탠 선수가 바로 임훈이었다.

임경완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 후 12년을 함께한 롯데를 떠나면서 롯데는 보호선수 20인 외 가장 팀에 필요한 선수로 임훈을 꼽았다. 준수한 발 빠르기를 갖춘 데다 컨택 능력과 외야 수비력을 갖춘 선수인 만큼 분명 롯데에 힘이 될 수 있던 선수였다.
새 등번호 69번까지 배정받았던 임훈이 원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데는 20일이 걸렸다. 볼티모어와 입단 합의까지 도달했던 정대현이 갑작스레 한국 유턴 및 롯데 이적을 결정하면서 SK와 롯데 사이에 보상 선수를 놓고 두뇌 싸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롯데 입장에서도 투수를 보호해야 했던 만큼 구단 점퍼 착용만 해 본 임훈을 보호 선수 명단에서 부득이하게 제외하고 말았다. 롯데 입장에서도 외야진 확충을 위해 임훈이 필요했으나 자율 훈련 기간이었던 만큼 코칭스태프가 전체적으로 임훈의 현재 몸 상태와 외야진 전체를 둘러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임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SK는 27일 정대현의 보상선수로 임훈을 선택했다. 미국 동부에 정박하는 듯 했던 잠수함 정대현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일으킨 물보라가 임훈을 다시 인천으로 밀어낸 셈이다.
다행히 임훈은 사상 유례없던 리턴픽이 된 데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긍정적 사고를 갖고 있다는 점은 SK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운동능력이 좋은 외야 자원이 타 팀으로 이적해 자리를 굳힐 경우 SK에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임훈은 분명 1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다. 그러나 잠수함 투수가 오간 FA 시장의 뒤 쪽에서 임훈은 물보라에 휩쓸린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임훈이 롯데에 있었다는 흔적은 결국 구단 점퍼를 입고 찍은 사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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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