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된 느낌이 강하다. 사상 첫 '리턴픽'의 예가 나왔다는 점에만 주목했을 뿐 정작 정말 필요한 제도에 대해서는 함께 생각하지 못했다. 문서 상 이적 이력에 롯데 자이언츠가 추가된 외야수 임훈(26. SK 와이번스)의 전례에 대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신속한 반응이 아쉽다.
KBO는 지난 7일 SK 임경완의 프리에이전트(FA) 보상선수로 SK에서 롯데 이적했다가 20일 만인 27일 롯데 정대현의 FA 보상선수로 SK 복귀한 임훈의 전례를 없애기 위해 보상 선수 지명 우선-FA 계약서 순번으로 처리하며 보상 선수 결정 기간을 줄인다는 안을 내놓았다. 20일 만에 소속이 다시 바뀐 임훈이 심리적 동요를 느꼈을 부분을 감안한 결정이다.
2011 FA 시장은 역대 최다인 17명이 FA 자격을 신청해 6명이 팀을 옮기며 가장 활황세를 보였다. 아직 소속팀이 정해지지 않은 김동주(35. 전 두산)가 남아있으나 기량과 인지도가 높은 선수인 만큼 국내 무대에서 무적 선수가 되어 다음 시즌을 뛰지 못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선수 시장이지만 여기에는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FA 신청이 이어졌다. 40인 보호 선수를 제외한 선수들 중에서 지난 11월 22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새 소속팀을 찾은 선수들이 있었고 FA 신청자가 없던 KIA, 넥센을 제외한 6개 구단은 유망주를 한 명이라도 더 보호하기 위해 FA 이적 가능성이 희박한 선수들에게도 신청을 권유했다.
만약 NC 창단과 2차 드래프트가 없었더라면 17명의 선수들이 FA를 신청했을까. 수가 줄었으면 줄었지 더 많아졌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실제로 한 구단의 베테랑 FA 후보는 "FA 보상제가 완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우리 같이 스타가 아닌 선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18명의 보호선수가 20명으로 범위가 확대되었고 보상 금액도 줄어들었으나 FA 이적 발생 시에는 누구에게나 보상 선수제가 발생할 수 있다. FA를 빼앗긴 팀에서는 상대 팀에서 더 좋은 유망주를 찾고자 혈안이 되게 마련이다. 아직 한국 프로야구 시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1999년 말 FA 제도 시행 이래 대형 계약을 맺으며 이적한 선수들도 있었으나 그 뒤에서 무적 선수가 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원 소속팀과 계약한 뒤 사인 앤 트레이드 되는 선수들의 예도 있었다. 사인 앤 트레이드된 선수들이 그 이후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지속한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다. 홀드왕 출신 차명주(전 한화)의 경우는 2006년 FA 시장에서 외면받자 그대로 은퇴하고 말았다.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도 그 희생양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한화 출신 FA 이도형과 최영필은 타 팀에서도 살 길을 찾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으나 결과는 그냥 무모하게 이어졌다. 은퇴를 택한 이도형은 법정 공방을 통해 FA 보상제의 완화를 이끌어냈으나 아직 야구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최영필은 미-일 독립리그를 전전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원 소속팀 한화로부터 구제되지 못했다.
신생팀 가세 덕택에 FA 시장이 활황세를 보였고 그 FA 시장에서 사상 첫 '리턴픽' 선수가 나왔다는 데만 주목할 것이 아니다. 특수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FA 시장이 얼어붙고 선수로서 생존권을 위협받는 선수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희귀한 '리턴픽' 케이스에만 해결책을 내세우고 그 뒤에 숨은 더 큰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근시안적이다'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멀리보는 혜안이 없다면 한국 프로야구의 진정한 시장 확대는 아직도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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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필-이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