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출 수 있었던 정대현 영입 발표, 서두른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2.28 07: 02

스토브리그를 한 달 넘게 달궜던 SK와 롯데의 선수 맞교환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SK로 이적한 임경완에 대한 보상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임훈은 롯데의 정대현 영입에 대한 보상으로 팀을 옮긴지 딱 20일 만에 다시 본래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그 사이에 임훈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겠지만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하며 절치부심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두 6명의 선수가 팀을 옮겨 유례없이 뜨거운 FA시장이 열렸던 올해는 현재 보상선수 규정도 조금은 바꾸어 놓을 전망입니다. 많은 선수들이 자리바꿈을 하면서 이번 SK와 롯데의 경우처럼 서로 선수를 맞교환하는 팀도 나타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리턴픽'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엔 좀 더 보상선수 규정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실 여기서 롯데는 한 가지 '꼼수'를 부리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20인으로 한정된 보호선수의 명단을 사실상 22명으로 늘리는 방법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이번 달 29일 경찰청 입대가 확정된 투수 장원준과 포수 장성우에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현재 KBO 규정상 군입대 예정인 선수는 자동으로 보호가 되지 않습니다. 군대에 입대를 해야 '군보류'가 되어 자동으로 보호를 할 수 있죠.

만약 롯데가 정대현의 영입 발표를 29일 이후로 했다면 자동으로 장원준과 장성우는 보호됩니다. 에이스 장원준과 든든한 백업포수인 장성우를 따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넣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어차피 FA 신분인 정대현은 내년 1월 15일 까지만 계약을 맺으면 되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KBO 관계자 역시 "그런 방법이 가능하다고 대놓고 말하긴 그렇지만 롯데에서 그런 편법을 쓴다고 해서 제제를 가할 수는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렇지만 롯데는 정대현과 합의를 하자마자 바로 발표를 했습니다. 12일 밤 인천 모처에서 정대현과 만난 롯데는 그 자리에서 입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13일 곧바로 언론을 통해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KBO 총재의 공식 승인이 떨어진 날짜는 16일이었죠. 만약 롯데가 정대현과 가계약을 맺은 뒤 발표만 늦췄다면 두 명의 선수는 더 보호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정대현이 그러한 '가계약'에 동의했을지 의문입니다. 말 그대로 약속뿐인 가계약 때문에 본인의 위치가 흔들릴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롯데 역시 가계약만 맺어두고 있다가 자칫 정대현을 다른 구단에 빼앗길 수 있습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만약 그렇게 정대현을 가로채도 롯데는 항의할 수 없다. 어차피 가계약만 맺어뒀기 때문에 속앓이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롯데는 핵심 보호선수 20인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는 따로 보호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야구 관계자는 "사실상 롯데는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하고는 '가도 그만'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20인 외에는 모두 비슷한 가치라고 보고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정대현의 계약 발표를 늦출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으로 분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임훈은 사상 초유의 '리턴픽'을 겪으며 SK로 돌아갔습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들어가지 못한 게 충격일수 있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구단에서 21번째 선수라는 뜻도 된다. 임훈이 그 사실을 유념하고 반전의 계기로 만들었으면 한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임훈의 내년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Notsn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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