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프로 선수는 '뻔뻔함'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프로 14년차가 되는 베테랑 투수 송신영(한화)도 "이기적인 건 안되겠지만 긍정적이고 뻔뻔한 건 오히려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 '7억팔' 유창식(19)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
유창식은 지난주 구단과 연봉협상에서, 2400만원에 내년 시즌 연봉 도장을 찍었다. 올해 신인으로 받은 2400만 원과 동결된 액수. 그는 "내가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 순순히 도장을 찍었던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유창식은 계약금으로 무려 7억원을 받았다. 한기주가 2006년 KIA에 입단하며 받은 10억원에 이어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계약금이었다.

그러나 고교 시절 무리한 여파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26경기 1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6.69에 그쳤다.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이었지만 1년간 프로에서 선발-중간으로 경험을 쌓으며 내년 시즌을 기약했다.
반면 절친한 친구이자 신인 드래프트에서 2순위로 LG에 지명된 임찬규는 65경기에서 9승6패7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으로 활약했다. 지난주 연봉 협상에서 무려 223%가 인상된 8000만원에 내년 연봉 계약을 체결하며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잘 나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유창식은 부러움보다 독기를 품었다. 그는 "찬규가 잘 했으니까 많이 받은 것이다. 하지만 부러운 건 아니다"며 "그대신 나는 찬규보다 계약금을 많이 받았다. 내년에는 찬규보다 연봉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절친한 친구이기에 스스럼 없이 말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부진과 잘 나가는 라이벌의 존재에도 유창식은 전혀 기죽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일본 마무리 훈련에서부터 서클체인지업과 커브를 연습하고 있다. 손에 맞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횡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가 있지만,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아쉬웠던 유창식에게는 꼭 필요한 과제다.
젊은 투수 육성에 의지를 갖고 있는 한대화 감독도 "유창식도 주목한다. 기량이 많이 올라오면 선발도 가능하다"며 동기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부상 후유증으로 참가하지 못한 스프링캠프도 간다. 다음달 16일부터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서 지난해 못한 것까지 보완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죽을듯이 훈련하겠다. 앞으로 차근차근 보여주겠다"라는 결의를 드러냈다. 임찬규라는 좋은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가 유창식을 더욱 뜨겁게 불타오르게 한다. 이제 2년차, 유창식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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