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오승환 천하에 제동을 걸까.
2011시즌 프로야구는 삼성의 천하통일로 요약된다. 그 중심에 바로 '끝판대장' 오승환(29)이 있었다.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아시아시리즈에서 삼성이 우승을 확정 지을 때마다 마운드 위에는 오승환이 있었다. 삼성 천하통일의 상징이었다. 지키는 야구 그 끝에는 오승환이라는 넘보기도 힘든 에베레스트산 같은 존재가 있었다.
▲ 오승환의 독보적인 레이스

올해 오승환은 역대 마무리투수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54경기 1승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 블론세이브는 1개밖에 없었고, 세이브 성공률은 97.9%에 달했다. 동점 또는 역전 주자가 나가있는 상황에서 거둔 터프세이브가 3개, 1점차에서 따낸 세이브가 19개였다. 세이브 순도 역시 만점이었다.
2006년 자신이 기록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는데 5년 전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2006년에는 현대 박준수와 두산 정재훈이 나란히 38세이브를 거두고, 한화 구대성이 37세이브를 수확하며 오승환을 견제했다. 하지만 올해는 20세이브 투수가 롯데 김사율밖에 없을 정도로 외로운 레이스였다.
▲ 바티스타·정대현의 도전장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올해처럼 오승환이 독주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 강력한 경쟁자들이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 용병 투수 데니 바티스타는 가장 강력한 경쟁 후보로 꼽힌다. 올해 7월부터 합류한 바티스타는 27경기에서 3승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로 위력을 떨쳤다. 블론세이브는 1개 뿐이었다. 세이브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막을 수 있는 위력을 보였다. 최고 157km 광속구는 알고도 때리지 못했다. 올 겨울 알짜 전력 보강에 성공한 한화기 때문에 내년 시즌 세이브 기회는 훨씬 더 많이 주어질 전망이다.
SK에서 FA가 되어 롯데로 이적한 잠수함 정대현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20세이브를 올린 김사율이 있지만, 통산 99세이브를 거둔 정대현의 존재는 언제든 그를 최종 마무리로 쓸 여지를 남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공을 뿌리고, 싱커·커브라는 무기를 갖고 있는 정대현이다. 한 시즌 최다 세이브는 2007년 27세이브. 마무리로 고정되면 더 많은 세이브를 기대해 볼만하다.
2010년 26세이브로 생애 첫 구원왕을 차지한 넥센 손승락 역시 세이브 기회만 더 많이 주어지면 언제든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직구 구위, 대담한 배짱은 어느 투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 KIA와 LG의 마무리는 누구
롯데가 정대현이라는 최정상급 불펜 투수를 데려오며 고질적인 약점을 치유한 반면 KIA와 LG는 아직 뒷문이 불안하다. 두 팀 모두 구원왕을 배출한지 오래 됐다. KIA는 전신 해태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인 1998년 임창용이 8구원승과 34세이브를 더한 42세이브포인트로 구원왕을 차지한 것이 마지막이고, LG도 2001년 신윤호가 14승18세이브로 32세이브포인트에 구원왕을 거머쥔 것이 마지막 배출이다.
KIA와 LG는 이후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각각 유동훈과 우규민이 인상적인 활약을 한 때도 있었지만 1년 이상 가지 않았다. 내년 시즌 마무리투수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안정된 선발진을 갖춘 팀들이기 때문에 마무리가 자리만 잡을 경우 구원왕 경쟁에 뛰어들 여지는 있다. 이는 곧 팀 성적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 관건은 팀 성적
오승환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삼성에 있기 때문에 세이브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삼성은 강력한 불펜의 힘을 바탕으로 오승환에게 보다 많은 세이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이브는 자신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팀의 전력도 아주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전문 마무리투수가 확립된 2000년대 이후 포스트시즌 탈락팀에서 구원왕이 나온 건 2002년 두산 진필중과 2010년 넥센 손승락 둘 뿐이다. 오승환이 구원왕에 오른 4시즌 중 2시즌을 삼성은 우승을 차지했고, 4시즌 모두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구원왕과 팀 성적은 궤를 같이 한다. SK 새 마무리 엄정욱과 아직 베일에 쌓여있는 두산의 외국인 마무리를 주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팀 성적을 구원하는 것도 마무리투수의 몫이다. 내년 시즌 구원왕 레이스는 언제나 그랬듯 판도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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